통영 궁도를 지켜온 열무정
통영 궁도를 지켜온 열무정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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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정의 사우들이 차례로 서서 과녁을 겨냥한다. 

남망산에 활터가 만들어진 것은 영조 때다. 112대 구선행 통제사가 지금의 시민회관 자리에 활터를 만들고 ‘남송정’이라 이름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암흑기를 보내다가 해방된 이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남송정뿐 아니라 해운정, 해송정, 한산정 등도 되살아나면서 통영궁도가 부활되기 시작했다.

통영문화회관을 건립하면서 남송정이 철거되자, 1962년 김기섭 전 국회의원과 지역 유지들이 힘을 합쳐 남망산 깊은 곳에 활터를 조성하고, ‘열무정’이라 부르게 됐다.

김기섭 전 국회의원이 초대 사두를 맡은 때부터 지금 31대 최승반 사두에 이르기까지 열무정은 통영 궁도를 이끌어 왔다.

31대 최승반 사두가 145m 밖에 있는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현재 열무정은 54명의 회원이 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국내 체전에 출전할 만큼 기량을 키운 이들도 많다. 7단 임채훈 명궁을 비롯해 5단 3명 등 입단자도 23명이나 된다.

열무정은 활쏘기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언제든 활짝 열려 있다. 따로 강습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3단인 변준규 사범이 활쏘기를 가르쳐 준다.

변준규 사범은 통영에서 20년째 활어장사를 하고 있는 사업가다.

변준규 사범

“일곱 살 때 약샘 위에 있던 활터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활 쏘는 것도 보고, 살도 치워주고 자랐죠. 시합이 벌어지는 날이면 동네가 시끄러울 만큼 큰 잔치가 벌어지곤 했어요. 그 당시에는 동네 유지가 아니면 활을 못 쏘는 줄 알 정도로 고급 스포츠로 여겼죠.”

막연히 동경하던 국궁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건 50대 초반이 되어서다. 15년 넘게 활을 쏘는 동안, 어느새 열무정에서 새로 들어오는 회원들을 가르치는 사범도 되고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통영 대표가 됐다.

“국궁은 활을 쏘기 전에 마음부터 수련하는 운동입니다. 활을 쏠 때는 줌손의 경락을 자극하는데, 이는 수지침의 80%에 해당하는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화살을 발사할 때는 반드시 단전호흡을 하는데 이 또한 허리 힘을 보강하고 횡경막을 강화하고 신장과 콩팥을 자극하지요. 발가락과 하체에 힘을 곧추세우니 장수와 스테미너에도 좋습니다. 활쏘는 사람 중에 허리 굽은 사람이 없습니다.”

최승반 사두

열무정 최승반 사두의 말이다. 열무정의 대표인 사두는 2년마다 한 번씩 덕망 있는 사람을 회원들이 추대해 세운다. 최승반 사두는 올해 11년째 활을 쏘고 있다.

전통과 예를 중시여기는 스포츠라, 국궁은 내로라하는 지역 유지들이 하는 취미로 인식돼 왔다. 통영에서 자란 이들은 어릴 때 정복을 갖춰 입고 정신을 모아 활을 쏘는 어른들 틈에서 화살을 주워다 바치며(?) 자란 기억쯤은 하나씩 갖고 있다.

최근에는 심신을 수련하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국궁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통영시 대표로 경남도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출정식을 하고 있다.

현재 통영궁도협회는 이곳 열무정과 산양스포츠파크에서 운영하는 장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달, 열무정에서는 경남도대회 출정식이 있었다. 이번 궁도선수는 변준규 사범을 비롯해, 이옥정, 이환순, 이대성, 백주현, 성주경, 김종집 선수 등 열무정에서만 7명이 출전한다.

해마다 도민체전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내온 통영 궁도 대표들은 올해는 기필코 좋은 성적을 내리라 다짐하며 출정식을 했다.

 

궁도인의 신고식, 집궁례

 

집궁례를 마친 정소란 신사에게 변준규 사범이 궁띠를 매어주고 있다. 

처음 국궁을 배우는 사람을 ‘신사’라 하는데, 신사가 기본기를 익히고 제대로 궁도에 들어서려면, 활터의 중요한 의식인 ‘집궁례’를 한다. 집궁례 때 스승으로부터 직접 궁띠(화살통을 매게 돼 있는 허리띠)를 받은 신사는 여러 사우들이 보는 앞에서 활쏘기 시범을 한다. 신사가 5발의 활쏘기를 하는 동안 선배들은 관심 있게 지켜보며 박수를 쳐 준다. 지난달 31일, 통영문인협회 정소란 시인이 집궁례를 갖고 정식으로 통영 궁도인이 됐다.

 

선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위를 당기는 신사
집궁례를 마친 신사가 선배들을 대접하며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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