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들어야 하는 연주곡들
현장에서 들어야 하는 연주곡들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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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클래식은 주로 음반을 통해 접하지만, 연주자와 성악가들이 눈앞에서 공연하는 현장의 감동과는 비교할 수 없다. 특히 합창단을 동반한 오케스트라 공연은 음반과 차원이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국제음악제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는 팀은 세 팀이다. 루체른심포니 오케스트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루체른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미하엘 잔덜링
루체른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미하엘 잔덜링

루체른심포니 오케스트라

일찌감치 매진된 3월 29일의 개막공연과 30일 합창단과 협연을 하게 될 루체른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806년에 창단된,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관현악단이다. 루체른의 유명한 공연장인 KKL의 상주 단체로, 전설적인 지휘자 빌럼 멩엘베르흐가 초대 음악감독을 맡았고, 조너선 노트, 크리스티안 아르밍, 존 액설로드, 제임스 개피건 등 유명 지휘자들이 악단을 이끌어 왔다.

개막공연은 ‘운명’이라는 부제로 유명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아시아에서 초연되는 하인츠 홀리거의 ‘장송 오스티나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다음날 밤의 두 번째 공연에서는 윤이상의 ‘화염속의 천사’와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을 연주한다. 두 작품 다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장중한 곡이다. 안산시립과 원주시립 합창단 100여 명의 합창과 함께하는 웅장한 음악회가 될 것이다.

‘화염 속의 천사’는 먼 이국땅에서 사랑하는 조국의 잇단 분신자살 뉴스를 접하고 작곡한 윤이상의 마지막 작품이다. 노태우 정권에 항거하던 데모 중, 백골단의 강경진압에 의해 사망한 강경대 군 치사사건을 계기로, 1991년 5월 한국 사회는 잇단 분신 항거로 슬픈 봄을 맞았었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루터 성경에서 따온 독일어 가사를 사용한 레퀴엠이다.

루체른심포니 오케스트라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정 치 용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정 치 용

4월 4일에 공연하는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윤이상 교향곡 3번’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를 연주한다.

정명훈 지휘로 1985년에 초연된 윤이상 교향곡 3번은 거대한 스케일, 어마어마한 크레셴도, 천상의 위력과 악마의 폭력이 가득한 작품이다. 무대에 올리기 부담스러울 만큼 스케일이 커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공연이기도 하다.

통영국제음악당의 이용민 본부장은 “국제음악제는 꾸준히 윤이상 선생님의 작품을 연주해 왔지만 실내악이나 중편성 정도의 작품을 올렸을 뿐 스케일이 큰 교향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면서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귀띔한다.

비올리스트 다닐 그리신과 세계적인 스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협연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고, 국내 최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국립 오케스트라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사실상 국립 오케스트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구나 정치용 지휘자는 윤이상 곡을 많이 연주한 한국의 대표 지휘자다.

이날 같이 연주할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 소설의 명장면들을 정교하고 환상적인 관현악법으로 전달하는 작품이다.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국제음악제의 대미를 장식할 오케스트라는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이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의 사례를 따라 2011년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국내외 여러 연주자를 모아 만든 악단이다. TIMF앙상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에 소속된 단원들이 국제음악제를 위해 한 자리에 뭉쳤다.
4월 5일의 공연에서는 윤이상의 1960년대를 대표하는 걸작 ‘유동’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걸작으로 죽음에 관한 성찰과 탐미주의적 도취감이 공존하는 ‘죽음과 변용’을 연주한다.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지휘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지휘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4월 7일에 있을 폐막공연에서는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1막이 공연된다.

발퀴레는 유럽 3대 음악제인 바이로이트음악제에서 해마다 공연되는 ‘니벨룽겐의 반지’ 중 둘째 부분에 해당하는 오페라다. 니벨룽겐의 반지는 하루 네다섯 시간씩 나흘(전야제와 3일간의 무대극) 동안 공연해야 전곡이 연주될 수 있는 대작이다. 전야제에는 ‘라인의 황금’, 첫째 날에는 ‘발퀴레’, 둘째 날에는 ‘지크프리트’, 셋째 날에는 ‘신들의 황혼’이 연주되는데, 향후 10년간 연주회가 다 매진돼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발퀴레만 해도 3막 11장으로 이루어진 대작이지만, 이번 국제음악제에서는 그 중 남매의 운명적 재회를 그리고 있는 1막만 연주한다. 지크문트(테너 김석철)와 지클린데(소프라노 서선영)의 금지된 사랑, 훈딩(베이스 전승현)과의 갈등, 그리고 신들의 의지가 개입된 비극적인 운명 등이 사건을 이끌어 간다.

이 오케스트라를 만든 통영국제음악제의 초대음악감독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다시 지휘봉을 잡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