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똥도 약이 되게 하는 미생물의 비밀 밝히다
농부, 똥도 약이 되게 하는 미생물의 비밀 밝히다
  • 김갑조 기자
  • 승인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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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부가 된 강기갑 전 통진당 대표

K가 셋, 강, 기, 갑.

우리에게는 2009년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저지하다가 몸을 날린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으로 유명한 전 국회의원이다. 강 전의원은 2004년 17대 국회에 민주노동당 농민 단체 비례대표로 ‘차출’되어 진보정치인을 대변했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그는 다시 고향 사천으로 내려가 7천 평 땅에 1천여 매실나무를 키우는 농부가 되었다.

그리고 7년, 그는 강기갑의 영문 이니셜을 딴 발효미생물용액 K3의 특허를 받은 친환경 과학농법의 전도사가 되었다.

“6년째 가축의 분뇨인 퇴비를 이용하여 과수(매실)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흙과 동식물에 서식하는 각종 미생물을 활용해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친환경 농법이지요.”

그는 자신의 과수원에 뿌릴 유기질 퇴비를 만들기 위해 소, 돼지, 염소, 닭, 거위, 칠면조 같은 가축을 키운다. 가축의 분변이 식물을 키우는 양분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분변을 이용한 거름이 오히려 기생충을 양산하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좋은 먹거리를 섭취한 건강한 사람의 변이 약용으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변은행(장내 미생물은행)은 매월 200만원(한국 화폐기준)을 들여 건강한 사람의 변을 사서, 거기서 추출한 미생물을 환자에게 주입하여 각종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똥이 약이 되는 비밀은 ‘미생물’에 있다. 우리 몸에는 1천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그 미생물 중 유익한 미생물(유익 균)이 25%, 해로운 미생물(유해 균)이 15%, 나머지 60%가 중간미생물이다. 유익균과 유해균은 늘 갈등하며 싸운다. 그런데 중간 미생물은 이기는 쪽에 붙는다.

“숙주 역할을 하는 사람이 좋은 음식물을 먹으면 유익균이 더 기운을 차리고 빨리 증식해 유해균과의 싸움에서 이깁니다. 하지만 몸 안에서 부패를 일으키는 나쁜 음식물을 먹게 되면 유해균이 이깁니다.”

해바라기형 미생물인 중간미생물이 이긴 쪽에 붙으면 좋은미생물과 나쁜미생물의 비율은 85대 15가 된다. 그렇게 되면 좋은미생물이 영양을 전부 분해·흡수해 섭취하고, 영양분이 전혀 없는 섬유질만 변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니 그런 분변은 냄새도 나지 않고 오히려 흙과 섞여 다시 식물의 건강한 먹거리가 된다.

그러고 보니, 그의 농장에서는 가축 분뇨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발효사료를 먹여 키우니까요. 유기질이 풍부하고 좋은 흙에서 자란 식물을 먹고 자란 동물은 건강한 분뇨를 배설하지요.”

그가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붙여 특허를 낸 K3는 10년 묵은 매실 항아리에서 발견한 새로운 유산균이다. 매실 항아리에 있던 향기 좋은 식초를 카이스트에 의뢰,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유산균으로 판명돼 특허를 받았다.

그는 이 K3로 매실환도 만들고 생균사료도 생산한다.
지난 9월에는 축산관련단체연합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살림생협연합회, GMO(유전자변형생물) 없는 바른 먹거리운동본부 등 26개 단체가 참여한 ‘마이크로바이옴협회’를 결성, 대표직을 맡았다. 미생물 유전체를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자연계의 모든 미생물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회에 있을 때 자유무역협정(FTA)을 막겠다고 총84일 동안 단식을 했었어요. 그러나 이미 53개국과 15개 FTA를 체결했고, 물량과 가격 면에서 도저히 경쟁이 안 되는 싸움을 하게 됐지요. 그렇다면 우리 농가가 살길이 뭐냐? 수입농산물과 차별되는 친환경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것뿐이에요.”

그는 좋은미생물 85%로 된 발효사료로 가축을 기르고, 가축의 배설물로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짓는 선순환으로 매실농장을 가꾸고 있다. 그의 꿈은 우리 농가가 모두 100% 미생물 농법으로 전환해, 친환경 농산물이 아닌 농산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농업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국민 건강과 직결돼 있으니까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의 건강지수를 갖고 있다. 암 발생률, 치매발생율, 소아 당뇨와 비만, 불임, 난임이 최상위권이고, GMO 곡물 소비가 1위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우리 조상은 옛날부터 자연과 상생하는 농법을 실천해 왔어요. 메주를 이용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온 발효 종주국입니다. 선조의 지혜와 전통을 활용하면 위기에 처한 농업을 살리고, 식탁과 건강을 지키고, 환경도 살릴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 있을 때, 그는 해바라기처럼 왔다갔다하는 유권자들이 서운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힘있는 쪽에 붙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을…. 그는 이제 자연의 원리를 받아들이고 좋은 쪽에 양분을 주는 선순환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