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리초등학교 김창수, 이지미 전교생 2명
입학생 없었던 학림초등학교는 내년 폐교 위기

왼쪽부터 어른들만 곤리분교 부장교사, 지미 엄마, 지미 아빠, 담임교사 

통영 삼덕항에서 배로 10분 가면 있는 섬 곤리도는 93세대 175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이 섬에 전교생 2명인 작은 학교가 있다. 산양초등학교의 분교인 곤리초등학교다.

원래 학생이 셋이던 곤리초는 작년에 둘이 전학가고 4학년 김창우 어린이만 남아 있다가, 올해 이지미 어린이가 입학해 전교생 두 명이 됐다.

산양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곤리분교 전교생

지난 4일, 창우와 지미는 입학식을 하기 위해 배를 타고 본교인 산양초등학교에 갔다. 본교도 전교생이 73명뿐인 작은 학교지만, 온 마을에 같이 놀 친구라곤 둘뿐인 창우와 지미는 본교에 가는 게 재밌다.

“입학생 여러분!” 한순선 교장선생님이 신입생들을 부르자 본교 입학생 9명, 풍화분교 2명과 같이 맨앞줄에 앉아 있던 지미는 친구들과 함께 “네에에에!” 길게 대답을 뽑는다.

“힘찬 목소리 좋아요. 이 힘찬 목소리처럼 새 학교에서 즐겁고 씩씩하게 생활하기를 바라요.”
“네에에에에에에!”

산양초등학교는 일제강점기인 1938년 산양공립 제2심상소학교로 개교했다. 3대 교장까지 일본인이었고, 현재 30대 한순선 교장이 부임해 2년차를 맞고 있다.
배를 타고 돌아가야 하는 분교의 학생들 때문에 산양초등학교의 입학식은 짧게 끝났다.

지미의 부모님은 뭍에 나온 김에 시청에 볼일을 보러 떠났고, 지미와 창우는 선생님과 함께 11시 배로 섬에 들어가야 한다.

담임인 이종호 선생님과는 이미 친하다. 섬에 유치원이 없기 때문에, 지미가 작년부터 청강생으로 곤리초를 다녔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지미와 창수 손을 잡고 곤리도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해양탐방과 생태학습을 했다.

담임선생님과 창수와 지미

“학생들간의 소통보다 교사와의 소통 위주라 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작은 학교는 작은학교대로의 장점이 있으니까 재미있습니다.”

지미네 집은 곤리도에서 민박집을 한다. 낚시를 좋아해 곤리도를 자주 오가다가, 아예 민박집을 인수해 곤리도로 이사를 왔다.

“섬에 사니까 좋심다(좋습니다). 크게 욕심 없이 맞차가(씀씀이를 맞추면서) 사니까 불편한 건 없심다(없습니다). 우리 애가 없으면 학교가 폐교 되잖습니까? 주민들이나 동창회나, 폐교는 막고 싶어하니까요.”

작년에 교육청에서는 곤리분교의 폐교를 고려했었다고 한다. 곤리도 김광곤 이장은 “모교를 쥑이는 거는 목숨을 쥑이는 거라예.”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위태했던 학교는 올해 지미가 입학함으로써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미 아빠 이명수(50) 씨는 곤리도에 뿌리를 내리고 살 작정이다.

63세대 123명이 사는 학림도에서는 올해도 신입생을 내지 못했다. 하나 남은 6학년 학생 1명이 졸업하고 나면, 새로운 전학생이 오지 않는 이상 학림분교는 폐교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둘이 쓰기에는 너무 넓은 운동장이지만, 오늘도 지미와 창수는 홀로 사는 노인이 많은 섬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산양초등학교와 분교의 입학생과 담임교사
지미네 아빠와 엄마는 곤리섬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 작정이다. 
창수와 지미는 늘 함께할 수밖에 없는 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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