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한 겨울의 마지막 길에서 제승당을 찾았다.

충무공이 머물렀던 최초의 삼도수군 통제영의 바다.

앙상해진 나무들도 봄이 오면 살아 있음을 일깨워주며 꽃을 피우듯, 제승당으로 들어가는 길목 길목에 노병들의 함성이 다시 살아 이 봄에 돌아 올 것 같다.

지금의 우리보다 몇 배, 몇 십 갑절 힘든 삶을 살다간 이들을 생각하니 나의 일상의 고민은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들이 그랬듯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어떤 삶을 살고, 가야하는지 나를 잠시 무거운 주제로 옮겨본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고 싶고, 좋은 국민이 되고 싶다.
촛불과 태극기가 만나서 서로 다른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통합의 자리를 만드는 지도자, 나아가 분단 극복의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한 바람을 일으키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역사의 땅! 한산도에서 태어난 후손으로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단 한 가지라도 뜨겁게 일했다고 말할 수 있는 좋은 국민이 되고 싶다.

제승당, 충무공의 영정 앞에 섰다.

400년 전 장군과 백성들이 어렵게 지켜낸 이 나라가 또 일본에 의해 분단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하에서 그는 통곡하고 있을 것 같다.

충무공의 적이었던 일본의 후손들 중 아베는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무서운 목적과 야욕을 갖고 있다.

일본은 우리의 통일 논의가 진전될 때마다 잘못되기를 바랄 것이다. 우리가 남북으로,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피 터지게 싸울 때 가장 기뻐할 것임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한 사람의 꿈, 또 한 사람의 꿈이 합쳐져 새로운 길을 만든다. 이순신, 김구에게 꽂힌 이들은 비슷한 길을 간다. 목적이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손에 닿을 듯한 고향을 그리며 가족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은 이산가족들과, 분단으로 인한 색깔론과 이념 공방을 없애는 유일한 길이 남북간의 분단을 극복하는 것임을 확신하는 지도자는 어떤 어려운 장벽도, 비판도 마다하지 않고 통일을 향해 나간다.

역사 앞에 서서, 평생 조국광복과 분단만은 막고자 남북 지도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백범 김구와, 우리의 통일 노력이 결렬될 때마다 가장 좋아할 사람,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을 떠올리며 제승당을 나선다.

최재형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