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연연의 역사와 모양, 이름까지 ‘줄줄~’

통영연의 역사와 모양, 이름을 줄줄이 열거하는 이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팔도 탁도수 사장.

 수리당가리, 댄방구쟁이, 돌쪽바지게, 중머리, 귀바리….

이게 무슨 말일까? 통영 사람이 아니면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 다정한 이름들은 통영연의 이름이다. 방패연, 꼬리연 정도만 알고 있던 타지방사람은 생소하고 재미있기만 하다.

통영연의 역사와 모양, 이름을 줄줄이 열거하는 이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팔도 탁도수 사장(77)이다.

며칠 전부터 탁도수 사장은 대보름 행사에 쓰일 연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무전동 대표로 연날리기에 출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30장 가까이 만든 연은 대보름 연날리기 대회 때 무전동 대표들이 날릴 연과 이래저래 소용될 연이다. 가로 85, 세로 65cm의 큰 연이라 품도 더 들고 공도 더 들지만, 연을 만들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탁 사장이 연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열댓 살 때다. 아버지가 만드는 연을 따라 만들기 시작했는데, 어린 소년이었는데도 제법 솜씨 있는 작품이 됐다.

“그때는 어른들이 다 연을 맹글 줄 알았신게 아부지에게 배왔지. 연줄에 멕일려고, 하루죙일 유리를 찾으러 댕기는데, 유리가 없는기라. 넘의 집 창문이라도 뽀사고 싶데. 어데서 소주병 하나를 주으면, 산에 모(묘) 안 있나, 넘의 비석에 가서 몽돌로 유리를 뚜드리 뽀사서 유리가리(유리가루)를 내는기라. 그라고 실에다 대구부레나 아교 같은 거를 발라가, 유리가리를 붙이는기라.”

도수 소년이 만든 연은 인기가 있었다. 구멍가게 할머니는 도수 소년의 연을 반겼다.

“니 연은 잘 나간다. 열 장 나놔라. 더 맹글 수 있나?”

가계에 보탬이 될 만큼 제법 벌이를 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연을, 탁사장은 77세가 된 오늘도 만든다.

“전쟁 때 신호할라고 맹글기 시작함서, 통영 연은 다른 데 연보다 큰 기(큰 게) 특징이라. 바람이 신(센) 날에는 허리가 꺾일 정도로 연이 시게 난께(세게 나니까), 연날리기는 힘자랑하는 스포츠라. 전에는 1등도 해봤지만 인자는 나이가 많응게, 젊은놈하고 해서 과연 내가 이길 수 있것나 하는 생각도 하제.”

하지만 상대 연과 얽혀 잘근잘근 연줄을 부비다가, 어느 순간 탁 하고 줄이 끊어지며 하나는 살아오고 하나는 죽어오는 그 짜릿한 순간 때문에 매번 연날리기에 나서게 된다. 올해로 35회를 맞은 통영시장기 연날리기 대회에는 3회 때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통영시 대표로 부산 대회에 출전하기도 하고, 연날리기 시범을 보이러 중국에 가기도 할 만큼 탁사장님의 연날리기 솜씨는 수준급이다.

탁도수 사장은 ‘팔도’라는 호를 젊을 때부터 사용했다. 통영 말로 ‘팔도’는 뭐든지 잘하는 팔방미인을 말한다. 글씨도 잘 쓰고 축구도 잘하고 뭐든 잘 만드는 덕에 자칭타칭 붙이게 된 호다.
음식 솜씨가 야무진 아내는 이 호를 따서 무전동에 ‘팔도식당’을 열었다.

“모두가 없이 살 때는 배 채우는 기 최고라. 어머니가 음식솜씨가 좋았는데, 메느리가 그 솜씨를 배운 기지. 밥장시 저거로 43년을 해서 아들 공부시키고 안 했나. 그래도 그 밥장시 2천원짜리 해가, 고등학교 아아들한테 좋은 일도 했다.”

서른 살에 통영시 체육회 이사로 들어가 61살에 퇴임한 탁도수 사장은 체육회 이사로 있으면서 통영고등학교에 축구부 기숙사를 지어주고 충무고등학교에 씨름 도판(체육관)을 만들어 기증했다. 이 일로 통영시장에게 받은 감사패는 뿌듯한 보람으로 남아 있다.
 
이제 팔도식당은 큰아들이 맡아 바닷고기를 주로 올리는 통영식 백반을 판다. 작은아들은 인근에 고기 위주의 메뉴를 파는 ‘팔도고기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팔도사장님은 두 아들의 주차장을 관리한다.

“나 어머니가 11명을 낳았는데, 내는 그중 딱 중간이라. 살기가 어려버 시련과 고통을 겪긴 겪었어도, 연날리기 취미생활하며 즐거이 예까지 왔소.”
가난하고 모진 세월을 겪어오기는 그 시대 사람들이 모두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러나 바람에 연을 태워 높푸른 창공으로 올리다보면, 생활 속 작은 시름과 걱정도 푸르디푸른 하늘로 훨훨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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