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 유치환 시인 52주기 추모식

추모식에 함께한 여행자들.
청마 유치환 시인

드디어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히는구료.

있을 수 없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우리들 바로 눈앞에 현시로서 나타났구료.

고독은 욕되지 않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형은 고고의 세계에 선 우리 문단의 거목이었소.

-경향신문에 쓴 김용호 시인의 추모사 중에서-

 

헌다하는 이지연 이사.

청마 유치환 시인의 52주기 추모식이 지난 13일 청마문학관에서 있었다. 김순효 이사의 여는 시 낭송으로 시작한 추모식은 청마 사후 여러 일간지에 실린 문인들의 추모사와 마치 죽음을 예견하고 쓴 것인 양, 시인의 삶을 성찰한 시를 낭송하는 윤독으로 이어졌다. 윤독 끝에는 김순효 시인이 청마의 시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를 암송해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추모사 하는 박우권 회장.

통영예술의향기 박우권 회장이 추모사에서 짚었던 것처럼, 어떤 도시에서 사후 반세기가 넘도록 추모하며 기리는 시인이 있을까? 청마의 생가가 어디였는가를 두고 인근 거제시와 법적 싸움을 벌였을 만큼 통영은 유치환의 이름을 아낀다.

물론 법원에서는 통영의 손을 들어 주었다. 아버지가 유약국의 데릴사위였던 만큼, 청마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친정을 떠나 시부모도 없는 시댁에서 청마를 낳았다고 볼 수 없는 데다, 청마 자신이 태어난 곳을 통영이라고 쓰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여행 왔다가 추모식에 참석한 장문기, 유정 자매.

이날 추모식에는 부산에서 여행을 온 자매가 함께해, 예술을 사랑하는 통영의 속살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언니 장문기(30) 씨는 “이렇게 멋진 시인이 부산에서 활동하다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부산 시민으로서 “문학을 사랑하는 예술의 도시 통영에서 이렇게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동생 유정(21) 씨는 정성스런 추모식과 시낭송에 감동하면서 “잊지 못할 여행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자매는 통영의 시인,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청마 선생의 추모사와 시낭송 윤독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청마의 시는 너무 오래 전에 절판돼 읽을 수 없다.

박우권 회장은 “20여 권의 저서를 쓴 위대한 시인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타계하셔서 오히려 현재 읽을 수 없는 텍스트가 없다.”며 하루 빨리 청마 선생의 작품을 연구할 수 있는 텍스트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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