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극의 아버지 주평 선생 4주기 추모식, 7일에 지내
통영예술의향기, "유품기념관 약속 지키고 싶다"

정량동의 협조로 어느 때보다 수월하고 다감한 추모제를 가졌다. 

한국 최초의 아동극단 새들과 아동극협회를 창립, 여운계, 임동진, 안성기, 박원숙, 윤여정, 송승환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낳은 아동극의 아버지주평 선생의 4주기 추모식이 지난 7일 정량동사무소에서 있었다. 주평 선생은 28년간이나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등재되어 있던 어린이극 숲속의 대장간’, ‘행복한 왕자’, ‘석수장이’, ‘섬마을의 전설’, ‘크리스마스 송가등을 쓴 아동극 작가다.

주평 선생은 진해에서 태어났지만 문학적 소양을 키워준 통영을 늘 고향이라고 말해 왔다. 통영중학교 재학 시절, 시인 김춘수와 극작가 박재성 선생으로부터 국어를, 작곡가 정윤주 선생으로부터 음악을 배운 것이 아동극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기름진 토양을 가진 통영에서 감수성 예민한 성장기를 보낸 덕에 선생은 극작, 연출, 안무, 연기를 두루 섭렵한 연극인이 되었다.

아동극집 21권, 아동극 이론집 2권, 중고등학생극집 2권,
성인희곡집 2권, 수필집 5권을 발간하여, 가장 많은 작품을
창작한 작가로 평가받는 아동문학의 1인자 주평 선생.

특히 극작가가 된 것은 통영 출신 유치진의 영향이다. 연세대 의대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은 결국 의대를 포기하고 고향 선배 유치진 문하에 들어가 극작가가 됐다.

통영시의 문화 서포터스 통영예술의향기가 주관한 이날 주평 선생의 추모식에는 류성한 정량동장, 김미옥 김용안 시의원과 유관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김미옥 시의원의 헌다와 정창엽 이사의 약력 보고, 박우권 회장의 추모사, 추억 영상, 수필 윤독, 헌화로 이루어진 추모식은 따뜻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통영에 대한 선생의 자부심과 사랑이 가득한 수필 동양의 나폴리 통영을 윤독할 때는 참석자들의 얼굴에 웃음이 만연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평 선생에게 빚진 마음을 누르지 못한 추모식이었다. 이미 7년 전인 2012년에 통영을 방문한 주평 선생과 사후 모든 유품과 저작권, 기념사업권을 통영에 위임한다.”는 기념사업 전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4주기를 맞은 오늘까지 통영시의 사정으로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평 선생은 말이 나온 7년 전부터 나 살아 있을 때 가져가라.”20여 박스가 되는 유품을 싸놓고 있었지만, 유품의 보관 장소 및 기념관에 대한 문제에 봉착하여 지금껏 미뤄졌다. 지난 2017년에는 통영시에서 어렵게 예산을 확보하여 2018년에 유품을 인수하는 인수단을 미국 현지로 보내려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안성기, 송승환, 임동진, 여운계 등 제자들과 함께한 사진.

통영예술의향기 박우권 회장은 순서로 따지자면 초정 선생님과 대여 선생님의 문학관이 먼저 자리를 잡는 것이 이치에 맞다할 수 있겠지만, 시당국의 의지와 살림살이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주어진 유품부터, 쉬운 일부터 먼저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당장 기념관을 건립할 수 없다면 작은 곳간이라도 마련해 임시 유품전시관이라도 개설하자.”고 제안했다.

10년간 통영예술의향기 회장을 역임했던 이지연 풍해문화재단 이사는 한국의 연극 영화가 주목받고 있는 지금 주평 선생님의 기념관이 생겼으면 좋겠다.”면서 우리가 먼저 시작을 하면서, 제자들에게 선생님과 관계된 사진이나 물품 등 보탤 수 있는 것을 보태라고 하면 일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생의 제자들은 지금 한국 영화와 연극계의 원로급 배우가 됐다. 이들이 선생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을 때 선생이 사랑하고 양해각서까지 써준 통영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우권 회장은 꽃 한 송이의 모금운동으로 꽃시비가 세워지고 또 그로 인해 김춘수유품전시관이 이루어졌으며, 벌초와 헌다 한 잔, 국화 한 송이로 김용식·김용익기념관이 이루어진 것처럼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며 이번에도 한 발을 먼저 내디딜 결심을 전했다.

류성한 정량동장은 삼성타워 상가 등 정량동 내에 있는 비어 있는 건물을 전수조사중이라면서, “그중에 희사받을 공간이 생기면 정량동에서라도 여건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영예술의향기는 4주기 추모식을 마치면서 선생님과의 약속을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정창엽 이사의 약력 보고.
김미옥 통영시의회 기획총무위원장의 헌다.
주평 선생의 수필을 윤독하는 강기재 통영예총회장.
헌화하는 이지연 풍해문화재단 이사.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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