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빈집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흉물스러운 빈집
흉물스러운 빈집

전국적으로 흉물스럽게 방치된 빈집이 날로 늘어나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통영시도 심각한 상황이다. 농어촌, 도시지역 할 것 없이 우후죽순 식으로 생겨나는 빈집들은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화재․붕괴 등 안전사고위험이나 위생문제를 야기하고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빈집은 주거 및 생활여건을 악화시켜 주변 집값하락과 지역쇠퇴를 불러오고 제한적인 자원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현재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속화 등을 감안할 때 빈집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빈집비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에 육박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2018년 기준 849만채(13.6%)이던 일본의 빈집은 내년에는 1,000만채가 넘고 2038년에는 2,300만채를 넘어 세집 가운데 한집 꼴로 사림이 살지 않는 빈집으로 가득찰 것이라고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최근 예측했다.

빈집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발표된 빈집 통계치는 부처별, 기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의 신뢰성마저 떨어져 혼란을 초래하고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저해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까지 발표된 농촌 빈집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6만1,317채, 한전 26만524채, 통계청 56만164채 등 각각 다를 뿐만 아니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020년 기준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함께 취합한 전국 빈집 수는 10만7,947채인 반면 통계청 집계는 전국 151만1,306채로 14배의 차이가 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통영시의 경우도 조사기관마다 천양지차이다. 한국농촌연구원의 ‘농촌빈집 실태와 정책과제’(2020년)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기준 통영시의 전체 단독주택 대비 빈집비율이 9.22%(1,013채)로 전국 시·군별 농촌지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읍·면별 빈집 비율 순위에서도 한산면이 29.76%(392채)로 으뜸을 차지했다.

반면 통영시가 빈집실태 조사 대행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하여 받은 ‘통영시빈집실태조사(사전조사+현장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통영시 도시(동)지역 빈집은 138호이며, 읍․면지역은 379호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은 현장조사 결과 빈집 추정 물량 1,159호 중 빈집 판정을 받은 물량은 517호라고 밝혔다. 또한 통계청 공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통영시 빈집은 전체 주택 52,427호 중 6,697호로 12.8%를 차지했다.

이와 같이 통계치가 서로 다른 것은 조사기관별로 빈집의 정의와 범위, 조사기준, 조사시점이 각각 다르고 조사방법과 산정방식 등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여기에 조사자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도 한몫하기도 한다. 특히 국토교통부 및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치와 통계청 통계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전자는 시장․군수 등이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집을 합계한 반면, 후자는 미분양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을 포함하여 국내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특정 조사일 기준 집이 하루라도 비어 있으면 빈집으로 집계했기 때문이다.

빈집 관련 법령이 이원화되어 있고 지역별로 관리주체가 각각 다르다. 도시지역 빈집은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 적용을, 농어촌 지역은 ‘농어촌 정비법’ 적용을 받는다. 도시지역 빈집은 국토교통부 소관이고 농어촌지역 빈집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소관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빈집 관련 사무는 각 지자체에 위임되어 있다. 이에 따라 도농복합지역인 통영시의 동 지역 빈집은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관리되고 농어촌지역인 읍․면 빈집은 ‘농어촌 정비법’에 따라 관리되어 빈집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을 위한 대책 마련에 한계 요인으로 작용한다.

두 법령 모두 빈집 실태조사와 빈집 정비계획 수립 방법과 절차가 담겨 있다. 또한 붕괴․화재 등 안전사고, 범죄 발생 및 위생상 유해 우려가 있거나 현저히 경관을 훼손하고 있는 경우 등의 빈집에 대해서는 철거명령 등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신고방법과 처리절차, 직권철거 후 보상방법, 빈집 정보시스템 등에 대해 명문화하고 있으나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두 법령 모두 1년 이상 사용 흔적이 없는 집을 빈집으로 규정하지만,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은 미분양주택, 공공임대주택, 사용검사 후 5년 미경과 주택, 별장 등은 제외하고 있다. 또한 도시 지역의 방치된 빈집은 안전조치 명령 미 이행 시에는 소유주에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20%,철거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40%의 강제이행금을 부과하는 조항이 있으나 농어촌 지역은 강제이행금 부과 조항이 없다.

빈집 문제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갑툭튀’가 아니거니와 농어촌 지역과 도시지역의 빈집 발생 원인도 다르고 다양하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저출산, 인구 유출 및 감소, 고령화와 궤를 같이 하고, 도시지역은 노후건물 밀집 등 열악한 주변 환경, 구도심 공동화, 지역경제 쇠퇴, 재건축 및 재개발에 대한 기대, 주택 과잉공급 및 미분양, 매매 및 임대 지연, 이사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여기에 현행 ‘지방세법’도 방치빈집이 늘어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빈집의 경우 건축물 가액이 크게 높지 않은데다 빈집 철거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빈집을 철거하게 되면 재산세 과세대상이 주택에서 토지로 바뀌게 되어 오히려 세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빈집을 방치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또한 불분명한 상속과 상속인들 간의 갈등도 빈집 방치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현행 법령상 직권철거나 강제이행금 부과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 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용 또한 많이 든다. 개인의 사유재산이라 함부로 건드리기 조심스럽고 빈집 소유주와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아 처분 동의를 받기도 힘들다. 자칫 소송이 제기될 경우 상당한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자체가 소유주에게 철거를 권유하는 일 외는 마땅한 수단이나 방법이 많지 않은 것도 빈집 정비 및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빈집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대책이 크게 미흡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빈집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빈집 문제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데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사태의 심각성이 날로 더 해지자 재작년과 지난해 부랴부랴 빈집 관련 법령을 어느 정도 손질하였으나, 여전히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빈집을 정비한 실적은 총 7,838채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다. 자체들도 꿈뜨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빈집문제 해결을 위한 새판 짜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음주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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