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에 거제지역이 기대와 우려로 나뉘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장은 지난 26일 한화그룹과 2조원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 체결을 발표했다.

강 회장은 한화그룹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한화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을 참여시키는 스토킹호스 방식의 경쟁입찰 절차를 거쳐 최종 투자자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적자금 7조 투입에 회수자금 2조는 너무 초라하다는 지적에 한화그룹이 인수하면 대우조선의 현재 2만 원대 주가가 상승해 투입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49.3%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로 경영권을 확보한다. 산업은행은 지분 55.7%에서 28.2%의 2대 주주가 된다.

거제지역 상공계와 노동계가 조심스러운 기대와 우려의 입장을 냈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추진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합병이 무산됐던 현대중공업그룹은 동종 기업으로 지역 일감이 유출될 것이란 소문 등이 돌면서 반감이 넓게 형성됐었다.

거제지역 상공계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통째로 인수한다면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반응이다. 한화의 방산과 대우조선의 특수선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다.

거제시(시장 박종우)는 산업은행의 발표에 이어 인수예정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을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시는 입장문에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순조로운 매각으로 대우조선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수주활동에 신뢰감을 높이고, 한화의 공격적 해양방산사업 진출로 조선산업 불황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부문을 넘어 크루즈선 등 신사업 도전도 기대했다.

환영 입장문은 24만 거제시민의 삶과 직결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거제시의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다.

시는 그동안의 순조롭지 못했던 매각 과정에서 겪었던 지역사회의 동요를 상기하며 몇 가지 단서를 달았다. 직접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참여, 노동자 고용안정과 산업생태계 보장, 지역 상생발전방안과 미래비전 제시 등 3가지 조건을 전제로 거제시는 매각과정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매각 추진이 당사자를 제외한 밀실 협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회는“매각 진행 내용을 당사자인 대우조선지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하라”며 “노조의 요청에도 일방적 매각이 진행된다면, 전면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가 내세웠던 동종업계와 해외기업, 분리매각, 투기자본 등의 배제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고, 한화그룹도 노조와 적극 대화 입장이어서 긍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