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깨끗한 바다와 통영을 물려주기 위해 소박한 실천입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통영을, 바다를, 지구를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해 주세요”
올해로 8년째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죽림, 무전동, 북신동, 미수동, 도남동 등 통영 바닷가를 걸으며 쓰레기를 주워담는 가족들이 있다.
지난 2015년 11월 시작해 꾸준한 발걸음으로 9월 24일에는 232회째를 기록한 해양쓰레기 활동 “엄마, 아빠의 선물”은 산양초등학교 이종호 교사가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시작한 실천이 이웃과 시민단체로까지 확산된 사례다.
더 이상 기후위기를 부정할 수 없는 시대, 해양쓰레기 문제가 전세계적인 화두가 된 지금 한국에서도 플로깅 또는 줍깅이라는 말이 흔하지만, 당초 일상생활속의 실천이어야 할 ‘플로깅’이 기관·단체의 일시적인 이벤트처럼 변질된 감도 있다.
그런 가운데 실천적인 환경교육 당사자인 초등 교사가 가족 이웃과 함께 마치 일상생활처럼 해양 쓰레기 대응 활동을 이어온 “엄마, 아빠의 선물”은 더욱 귀한 사례로 다가온다. 이종호 교사는 가족 이웃들과 함께 플로깅이라는 말이 한국사회에 수입되기 전부터 플로깅을 실천해온 셈이다.
산양초등학교 이종호 교사는 지난 2010년 ‘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의 “지구를 살리는 행동, 바다 쓰레기 줄이기” 교재 집필에 참여하면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듬해 2011년부터 학생들과 함께 해양쓰레기를 줍고 이야기를 나누며 체험교육을 시작했을 때에는, 주변에서 “환경교육에 자연생태 탐방이라던지 예쁘고 보기 좋은 것도 많은데 하필 쓰레기냐”라고 의아하다는 시선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우리지역 자연환경 생태와 함께 바닷가 쓰레기를 살피는 실천적인 환경교육의 효과는 학생들 뿐 아니라 학생 가족들의 인식을 바꾸고, 해양쓰레기 인식 변화는 학교 주변 마을사람들까지 확산되었다.
이종호 교사는 “2011년 늦여름인가 가족들과 함께 산책을 갔다가 바닷가에 쓰레기가 가득한 모습을 보고 바다가 계속 이래도 괜찮을까, 미래의 바다가 이런 모습이면 안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었다. 교사로서 뿐만 아니라 내가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바다를 물려줄까를 계속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학교(산양초) 학부모회장님도 적극적인 참여로 함께하고 있다. 교실에 앉아서 교재나 영상으로만 이루어지는 환경교육보다도 실천과 체험을 통해 아이들도 변화하고, 아이들이 변화하면서 학부모와 지역사회도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부분이 크다”며 “실천적인 환경교육은 학생들의 인성교육 효과까지 따르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의 참여와 응원도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학교에서의 해양쓰레기 교육 뿐만 아니라 매주 토요일 ‘엄마 아빠의 선물’ 활동에도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모이고 있다.
이종호 교사는 “통영지역 봉사단체 ‘아름다운 사람들’에 특히 이성순회장님, 정복이여사님. 박영숙여사님 이 어르신들이 자주 나오시는 분들인데 끊임없이 격려하고 참여와 도움을 많이 주셨다. 매주말 활동이 200회 넘게 이어지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매 주말 통영 바닷가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며, 바닷가 마을 사람들과 낚시객들의 생각과 태도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이종호 교사는 전국적인 교사 단체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경남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1955년 창립한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은 환경문제와 환경교육에 남달리 관심을 가진 전국 각 지역 유치원·초·중등교사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크로, 생태위기를 극복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교육적 접근으로서 생태론적인 교육(녹색교육)의 필요성 인식을 확대하고 있다. 학교환경교육, 생태기행, 환경교육프로그램 및 교재와 교구 제작 보급과 활용, 전국환경교사연수, 사회실천활동 등을 벌여나가고 있다.
환경과생명을지키는경남교사모임은 ‘9.24 기후정의행동’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경남도내 13개 학교 1023명 학생들이 참여한 ‘경남학생기후정의행진’에 함께했다. 통영에서는 산양초등학교 학생 46명이 학교 주변과 통영공설운동장에서 기후행진을 벌였다.
자칫 교사모임 이외의 학교 구성원들이나 학부모들의 불편한 시선을 사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은 경남교육청에서도 공감하며 환경교육에 적극적이다. 산양초등학교(교장 정숙임)에서도 ‘경남학생기후정의행진’ 참여를 실천적인 환경교육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종호 교사는 “아이들이 교실에서만 환경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실천적인 환경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통영교육지원청에서도 제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진 뒤에 통영교육청 비전에 포함시켜 특색있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종호 교사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교육하기 전에 어른들부터 달라져야 한다. 환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친환경의 태도라고 본다”며 “지금 우리의 풍족함은 어느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며, 특히 해양쓰레기 문제는 통영시민 모두가 내 문제라고 인식했으면 한다”고 시민들에게 바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