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을 ‘워케이션’ 명품도시로 도약시키자

하태호
논설위원․정치학박사

바야흐로 ‘워케이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워케이션(workation)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일을 하면서 휴가(휴양)를 즐기는 근무방식을 말하며 우리말은 ‘휴가지 원격근무’이다. IT기술의 발달에 따라 노트북, 스마트폰 등 원격근무 환경이 조성되고 일과 삶의 균형, 일과 삶의 결합 등을 추구하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가 증가하면서 서서히 시작된 워케이션 근무방식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재택근무, 유연근무, 원격근무 등 탄력적 근무형태가 대중화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기업과 근로자는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 일본 등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 원격근무를 장려하거나 촉진하고 워케이션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 최초, 최대 ‘리모트 워크’ 문화가 확산한 미국은 2010년 ‘원격근무촉진법‘ 제정에 이어 71곳의 도시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유럽도 각국이 원격근무제를 법제화하고 워케이션 근로자 유치를 위한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부터 ‘일하는 방식 개혁’을 통해 원격근무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업 중 67.3%가 원격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은 정부의 투자와 지원, 지자체 노력, 기업의 협력으로 워케이션 산업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워케이션 시장규모가 2020년 7천억 원대에서 2025년 3조 7천억 원 규모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네이버, 카카오톡, 우아한형제들 등 IT플랫폼 기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토스, 한화생명, CJ ENM, 티몬, 당근마켓, 야놀자, 롯데멤버스,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도 워케이션 제도를 시행하거나 시범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워케이션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직장인 1만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가 코로나 이후에도 원격 근무를 희망했으며, 숙박시설 예약플랫폼 호텔스닷컴이 지난해 11월 국내 직장인 1000명과 고용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의 73%가 ‘워케이션이 유익하다’고 답했고, 고용주의 86%가 긍정적인 영향에 동의했다.

워케이션은 인재 확보, 생산성 향상 및 창의성 증가, 사내 복지증진 등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관계인구 증대 및 지역균형발전에도 큰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3월 공개한 ‘워케이션 활용 국내관광 활성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워케이션 예상 수익시장을 토대로 분석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2조 1000억 원, 소득유발효과 약 9000억 원, 생산유발효과 약 4조 5000억 원, 고용유발효과 약 2만 7000명 등으로 예상된다.

이에 제주, 부산을 비롯한 각 지자체들도 워케이션 인프라 구축, 다양한 워케이션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는 ‘워케이션 성지’를 외치며 기업체 투자 유치를 통한 워케이션 빌리지 조성과 농어촌 빈집, 유휴시설 등을 활용한 체류형 워케이션 시설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산은 1인당 최대 100만원 체류비와 사무공간을 무상 제공하는 ‘리모트 워크 사업을 추진하는 등 워케이션산업 활성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충남도는 ’워케이션 충남‘ 구축을 목표로 워케이션 관광벨트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강원도의 강릉, 속초, 동해, 양양 등 해안도시들도 고객이 원하는 워케이션 환경 제공을 위해 열성을 쏟고 있으며 전국의 농어촌 지역도 경쟁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남해군은 ’워케이션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동군은 ’오롯이 하동‘ 워케이션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도 폐교 등 유휴공간을 워케이션 시설로 활용하고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해남형 워케이션 사업모델 구축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워케이션 수요 증대에 대응 정부의 지원 및 기업의 투자와 함께 원격근무와 워케이션 관련 입법 및 정책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 8월 국회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워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일․휴양 연계 관광 사업들을 추진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담긴 이른바 ‘워케이션 활성화법’(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역사, 전통, 문화 예술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는 통영시는 일과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 명품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매력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가덕도 신공항, 남부내륙철도, 거제시~한산도~도남미륵관광 특구를 잇는 국토5호선 연장, 창원~거제~통영을 하나로 묶는 고리형 도로망 구축, 통영~거제 고속도로 추진 등 교통편의성과 접근성도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잠재력과 여건개선에 더하여 치밀한 전략과, 강력한 실천의지, 촘촘한 준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날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워케에션 수요에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응한 인프라 확충과 연계 관광 콘텐츠 개발 등 워케이션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민간투자 유치 등을 통하여 숙박시설, 공유오피스, 화상회의실, 교육장, 휴게시설, 편의시설, 음식점, 위락시설, 보육․교육시설, 복지시설, 의료시설 등을 두루 갖춘 복합 워케이션 빌리지 조성과 고택․문화시설․농어촌 빈집 등을 활용한 워케이션 특화마을 조성, 레저․웰니스 등 연계 관광 상품 개발 등을 적극 검토해 봄직하다. 또한 참여기업 유치, 지역 워케이션 관련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워케이션 수요기업과 지역시설 및 프로그램을 중개하는 워케이션 플랫폼 구축․운영, 비즈니스 네트워킹, 다양한 홍보수단 및 전략 마련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업들이다.

‘혼자 꾸는 꿈은 상상에 그칠 수 있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통영시가 워케이션 명품도시로 우뚝 서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집단지성을 모아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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