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충무여중, 인평초 행복학교 지정, 제석초는 행복맞이학교

▲  학교의 중앙현관을 ‘북적북적 생각놀이터’로 바꾼 창원 용지초등학교.

세계 최고의 교육복지국가로 불리는 핀란드에서는 초등학생들이 하루에 서너 시간씩, 주당 20시간을 학교에서 지낸다. 핀란드의 교육자들은 아이로 지낼 시간, 젊은이로 지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선택형 시험이 없는 나라, 그런데도 아이들이 3개 국어 이상을 배우는 나라, 학생들이 “학교 가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나라.

용지초 중앙현관의 로고

우리로서는 그저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감히 그들처럼 과제와 시험을 없앨 자신은 없다. 만약 과제와 시험을 없앤다 해도, 그 남는 시간을 노는 데 할애할 수는 없다. 남보다 뒤처질까봐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아이로 지낼 시간이 많아지자, 학생들이 더 능동적으로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가능한 일일까?

경남교육청에서 5년째 하고 있는 행복학교는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배우며 협력하는 교육을 꿈꾸는 미래형 학교다. 학교의 주인공이면서도 철저히 수동적인 처지에 놓여 있던 학생들에게 “네가 바라는 학교는 어떤 곳이니?”, “학교에서는 무엇을 해 주길 원하니?” 하고 묻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행복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일방적인 가르침과 학생들의 수동적인 배움의 관계를 깨고, 창의성과 존중, 배려,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방법 등을 익히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든다.

2019년은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 5년차를 맞는 해다. 1기 4년의 운영이 나름의 성과를 얻고 마무리되었고, 올해부터 시작하는 2기에는 15개교를 신규 지정해 65개 학교로 출발했다.

통영에서는 1기 행복학교에 선정돼 시범적인 운영을 마친 충무여중이 구성원 100% 동의로 다시 행복학교에 지정됐으며, 새롭게 올해 인평초등학교가 지정됐다. 제석초등학교는 행복학교를 준비하는 ‘행복맞이학교’가 됐다.

행복학교가 되면 1년에 학교당 1~2천만 원과 학급당 80만 원, 학생당 4만 원의 운영비가 지급된다. 이는 오로지 민주적인 학교 운영, 배움 중심의 수업개선, 학습공동체 운영, 지역사회 네트워크 등 4가지 행복학교 과제의 학생 역량강화를 위해서만 사용된다.

행복학교가 되면 4년 동안 학교의 상황에 맞게 행복학교 과제를 추진하면서, 학교의 분위기를 민주적인 학교로 바꿔나간다. 행복학교를 운영하기 위한 워크숍을 통해 권위주의를 버리고, 학생들 스스로 움직이는 학교가 되도록 시스템을 바꾼다.

신종규 장학사

행복학교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도 교육청의 신종규 장학사는 “처음 들을 때는 교육의 원론을 말하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변혁이다.”라며 한 가지 예를 든다.

“학생들에게 중앙현관을 돌려주자는 뜻에서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바꾼 학교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학교는 이렇게 생각의 각도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지요.”

행복학교를 하던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출입을 제한하던 권위적인 중앙 현관이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상명하복 식의 교육구조 속에서는 꿈도 꿀 수 없던 일이다.

행복학교를 운영한 학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의 교사회의부터 바뀌었고,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전체적인 사회구조와 함께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 갈길은 멀지만, 학교에서 행복한 학생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되었다.

행복학교 교직원 직무연수에 참여하고 있는 인평초등학교 교사들
행복학교를 먼저 시행한 학교의 분위기는 훨씬 자유롭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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