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시인이자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통영 삐삐책방에서 소박한 시낭송회 열다

 

조동범 시인이 통영 삐삐책방에서 수필낭독회를 가졌다. 

…무수히 많은 좌표로부터 당신의 절망은 전송된다. 하지만 특별기는 도착하지 않으므로, 떠날 수 없다면 사라져야 한다고 당신은 중얼거린다. 당신은 문득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와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한다…
<조동범 시인, ‘에어포트’ 중에서>
시인의 낭송이 이어지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시인의 목소리를 따라 안데스 산맥과 폴란드의 도룬 시와 갈곳없는 ‘당신’이 배회하는 에어포트를 서성인다.
16일 밤, 통영 서피랑 삐삐책방에서 있었던 시낭송회의 한 장면이다. 겨우 네 평 남짓한 좁은 공간, 열두어 명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눈을 감고 시를 듣는 따뜻한 겨울밤이다.
저녁 8시에 시작한 시낭송회는 10시가 넘어서도 끝나지 않았지만, 시향에 취한 사람들은 일어설 줄 몰랐다.

조동범 시인.

이날 낭독회는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동범 시인이 신작 산문집 ‘보통의 식탁’을 내고 전국의 작은 서점과 함께 한 프로그램이다. 조동범 시인은 지난해 11월 16일 용인의 숲속시골서점인 ‘생각을담는집’에서의 낭독회를 시작으로, 서울, 의정부, 전주, 대구 등의 작은 책방과 카페에서 낭독회를 가져왔다. 통영은 이번 낭독회의 마지막 장소였다.
지난해 10월에 발간한 ‘보통의 식탁’은 산문이지만 짧은 소설이자 한 편의 시이기도 하다.
조동범 시인은 “보통의 식탁에는 무수히 많은 당신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보거나 고민해 보았을 법한 사연이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나왔던 슬픔과 고통, 회한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이 산문집에는 마흔 편의 짧은 소설 같은 산문이 시처럼 펼쳐진다.
이 소박한 낭독회에서는 시인이 직접 시를 쓸 때의 마음과 느낌을 이야기하며 시를 읽어주고, 자연스럽게 청중과 질문을 주고받는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보통의 식탁’뿐 아니라 아직 발간되지 않은 신작 시 등 세 편의 시도 프린트해와, 시작 해설을 하기도 했다. 참석자와 책방지기의 즉석 시낭송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조동범 시인은  “이번에 나온 산문집이 몇 사람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식탁을 배경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책의 분위기에 맞는 작은 낭독회를 기획했다.”면서 “서울을 비롯해 많은 도시에서 똑같은 콘셉트로 낭독회를 가졌지만, 통영에서의 낭독회가 가장 기획에 부합하는 낭독회였다.”며 만족해했다.
2013년 김춘수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해마다 통영에 내려온다는 조 시인은 “통영은 자연과 낡은 집, 그 속에 밴 문화가 매력적이다.”고 말한다. 김춘수는 문학상 수상으로 친숙하고, 유치환은 아나키즘을 연구하면서 학술논문을 쓴 계기로 더욱 친숙하단다.
문학동네에서 네 번째 시집을 기획하고 있는 시인은 가을에 다시한번 통영을 방문하겠다며 다시 ‘강의 집필 노동자’로 돌아갔다.

카메라 앵글에 전체를 담을 수도 없을 만큼 좁은 공간이었지만,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수필 낭독회였다.
조동범 시인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여주며 꼭 무언가 대단한 업적을 이루지 않아도 되는 카포크라이프, '아무'로서의 삶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참석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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