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법 - 흑백사진작가 장재윤&예쁜 아내 곽현정

▲ 봉숫길 작은 골목 안에 추억을 담는 사진관 모노드라마가 있다.

통영 봉숫골 골목길에 멈춰진 시간을 담아주는 다정한 흑백사진관이 있다. 여행의 특별한 순간을 흑백사진에 담고, 추억을 캘리그라피 글씨로 새겨주는 ‘모노드라마’다. 다른 이들의 여행의 순간을 담고 있지만, 사실은 주인장인 장재윤(51), 곽현정(44) 부부가 여행 마니아다.

장재윤 작가는 캘리그라피 강좌도 열고 있다.

장재윤 작가가 통영으로 이사 온 건 2016년 겨울이다. 광고회사의 아트디렉터였던 장 작가는 팽팽한 활시위 같은 서울의 복잡한 생활에 지쳐 있었다. 분당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아내와 틈틈이 자전거로 여행을 다니며 여유를 가져 보려고 노력했지만, 도시는 늘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삶을 재촉했다.

“떠나자.” 하는 결론에 다다랐을 때 부부는 통영으로 이사를 했다. 소매물도와 섬여행을 하며 만난 통영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마음에 남은 탓이다.

“통영이 참 예뻐요. 공기도 좋고, 항구도 정겹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맘에 들어요.”

짐만 대충 정리해 놓은 부부는 2017년 3월, 바로 자전거를 타고 전국 4대강 투어에 나섰다. 낙동강, 금강을 달리며 비슷한 듯 다른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제주도에는 일주일을 할애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국내 여행을 마친 부부는 내친 김에 유럽여행까지 감행했다. 5월에 떠나 9월에 돌아온 유럽여행에서 부부는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보지 못했던 값진 삶의 지혜들을 얻었다.

5개월간 유럽 15개국을 자전거로 돌았다.

“인생의 안식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너무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으며 산 것이 아닐까 반성하기도 하고, 느리지만 행복한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됐지요.”

텐트와 취사도구를 자전거에 싣고 하룻길을 달려가, 만나는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묵는 생활을 다섯 달 동안 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5개 유럽 국가들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면서 재윤 씨 부부는 ‘각자 주어진 자기 삶’에 대해 깊이 생각했단다. 내려놓고 가볍게 사는 삶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여행에서 돌아온 부부의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남을 의식하고 보여주는 삶보다 오늘 하루만큼의 삶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감사하며 사는 삶을 살게 됐다. 전에는 어떻게 돈을 벌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덜 벌면 어때?’ 하는 마음이 더 크다.

가장 감명깊었던 나라는 프랑스였다고.

귀국한 뒤 재윤 씨 부부는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러 통영 곳곳을 다녔다. 그러던 중 골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가 피어나는 봉숫길에 반해, 기다림 끝에 예쁜 사진관을 열었다. 이곳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담뿍 담긴 흑백사진도 찍고, 전체 10강으로 된 캘리그라피 강좌도 연다.

봉숫길은 봄날의 책방, 전혁림 미술관을 중심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길이다.

장재윤 작가는 스튜디오에서 흑백 사진을 촬영해 주고는 원하는 문구를 캘리그라피로 넣어 인화해 준다. 사진이 완성되는 한 시간 동안, 여행객들은 봉숫길을 걸으며 재윤 씨 부부가 발견한 느린 삶을 통영 속에서 체험한다.

오늘도 모노드라마에서는 여행을 아는 사진작가가 추억의 순간을 캡처하고 있다.

▲ 통영에서 가벼운 삶을 살고 있는 장재윤, 곽현정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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