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품어 보석을 만드는 바다처럼

직접 만든 팝업북으로 환경동화를 들려주는 양승희 이사장
직접 만든 팝업북으로 환경동화를 들려주는 양승희 이사장

“욕심이 커지면 생겨나는 구름 보자기가 있단다. 그 구름 보자기가 하늘을 덮고 또 덮으면 뜨거운 바람이 산과 바다에 불어오지. 그 바람은 모든 걸 사라지게 만든단다.”

아이바다협동조합(이하 아이바다)의 양승희 이사장(38)이 유아들에게 온실가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뜨거워진 구름 보자기(온실가스)가 해초마을을 없애고 얼음마을을 녹이고, 숲을 태우는 걸 보며 “안 돼!”를 외친다.

2020년에 설립된 예비사회적기업 ‘아이바다’는 이야기로 지구환경문제를 가르치고 노래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각인시키며 게임으로 바른 분리수거를 기억하게 한다. 바다에 같이 나가 직접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주워온 쓰레기로 세상에 하나뿐인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환경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고, 버려지는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체험공방도 운영한다.

이를 위해 양승희 이사장은 직접 동화를 쓰고, 책을 만들고, 연기를 하고, 디자인을 한다.

“처음 시작은 아들들 때문이었어요. 두 아들이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5월부터는 바다에서 살다시피하는데, 아지트처럼 가던 바다에 쓰레기가 너무 많이 떠밀려 와 못 들어가게 된 거예요.”

다음 세대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던 양 이사장은 바다의 현실을 체감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교육을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다. 처음 조합원은 같은 교회에서 봉사를 해온 언니들이다. 유치원 교사를 지내 아이들 눈높이와 재료를 잘 아는 양 이사장과 서류 행정을 잘하는 김미희, 그림 잘 그리는 천선연 씨가 의기투합했다. 교회 봉사도 늘 손 맞춰 하던 그들이었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협동조합 설립과 교육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어려운 길을 헤쳐나가고 있다. 전체 조합원 5명인 작은 기업이지만, 종횡무진 통영과 거제 바다를 누비며 아이들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땀을 흘린다.

“만들기 수업 키트를 만들기 위해 날마다 바닷가에 나가 바다유리를 줍고, 음식점에서 분리해 준 뿔고동과 가리비를 세척합니다. 매뉴얼이 갖춰진 교육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며 교육하기에 수고와 땀이 몇 배로 들어갑니다.”

업사이클링 환경 교육의 고민은 “결국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으로 귀결되는데, 아이바다는 수업 중에 직접 바다에 나가 바다유리를 구하기도 하고 폐기물이 될 조개껍데기를 이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수업이 곧 바다사랑 실천이 된다. 바다유리는 그 재료가 가진 따뜻함이 너무 좋아 아이바다에서 즐겨 쓰는 재료다.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몽돌처럼 모서리가 깎인 바다유리가 되는 데는 2~30년이 걸린다고 해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인데, 바다가 품고 안아서 보석으로 만들어낸 거예요.”

만 2년이 넘도록 바다유리로 수백 명의 수업을 진행했지만, 슬프게도 아직도 바닷가에 나가기만 하면 재료가 널려 있다. 아직도 아이바다가 할 일이 그만큼 남아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저희가 계속 고민해 왔던 게 2~30대를 위한 프로그램이에요. 어린이와 학부형은 유치원이나 학교와의 협업을 통해 만날 수 있는데 2~30대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청년을 위한 사업 공모에 도전했죠.”

아이바다는 2~30대를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로 경남도 공모에 당선됐다. 3개 기업을 선정하는 공모여서 경쟁이 치열했지만, 환경과 관광, 교육을 아우르는 아이바다의 진정성이 통했다.

“2~30대는 ‘세상에 하나뿐인 굿즈’에 관심을 갖는 세대예요. 여행을 가서도 티슈나 햄버거 포장지를 가져와 스크랩을 하는 감성을 가졌죠. 여기에 착안해 통영누비와 자개, 바다유리를 활용한 키링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해요.”

공모사업은 아이바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직접적인 인건비는 한푼도 포함할 수 없지만, 새로운 자료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플라스틱을 녹여 사출하는 것을 보여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싶어요. 우리가 잘 분리해 버린 페트병이 이런 사출 과정을 거쳐 옷과 신발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걸 경험하면 쓰레기 분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미 이런 교육센터가 있단다.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 굴러가고 있으면서도 ‘내가 움직이는 것만큼 깨끗한 바다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명감으로 갯바위를 누비는 아이바다 조합원들…. 그들의 걸음은 쓰레기를 품어 보석을 만드는 바다를 닮았다.

바다유리
바다유리
사회적 기업대표가족들과 해양정화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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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쓰레기로 고통받는 동물이야기 '아기고래의눈물' 인형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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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고방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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