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서머싯 몸(Somerset Maugham, 1874~1965) 영국의 소설가. 수식 없는 간결한 문체가 특징이며,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인간본성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을 썼다. 장편소설 '달과 6펜스'의 저자<br>
서머싯 몸(Somerset Maugham, 1874~1965) 영국의 소설가. 수식 없는 간결한 문체가 특징이며,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인간본성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을 썼다. 장편소설 '달과 6펜스'의 저자

어둠이 깔린 시간, 도심 속 화려한 불빛을 지나 파리의 빈민가 모퉁이에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허름한 여관의 문을 열고 방금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양손에는 화구박스와 이젤이 들려져 있었고 빵 한 조각으로 하루를 견뎌낸 그의 몸은 축 늘어진 채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오염으로 얼룩진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찰스 스트릭랜드, 그는 6개월 전부터 이 여관의 가장 저렴한 구석진 방에서 묵고 있다.

한때는 잘나가는 증권거래소의 주식중개인으로 영국에서 아들과 딸을 하나씩 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나, 직장 생활을 하며 취미로 시작했던 그림 공부는 어느 날 가족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파리로 떠나게 한다.

문학적 소양이 풍부했던 그의 부인은 저명인사들의 사교적 모임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지만, 정작 남편의 가슴속에 불타고 있던 그림에 대한 열정은 눈치채지 못했다.

무명 화가로 수입이 없는 가운데 자족적인 예술가로서 아틀리에에 칩거한 채 그림에만 집중하는 사이 어느덧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림 한 점 팔지 못하는 가난하고 비참한 삶이지만 다행히도 그에게는 그의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친구 ‘스트로브’가 있다.

그러나 그는 스트로브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를 무시하고 업신여긴다.

어느 날 그는 오랜 굶주림으로 영양실조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그 소식을 들은 스트로브는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본인의 집으로 데려와 간호한다. 극진한 보살핌으로 스트릭랜드는 다시 건강을 찾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예전처럼 친구가 아니었다. 병을 간호하는 사이 스트로브의 아내가 스트릭랜드와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스트로브는 자신을 배신한 아내였지만 가난한 스트릭랜드의 집으로 가서 고생할 아내를 생각해서 두 사람이 그 집에서 살게 하고 본인이 그들 곁을 떠난다.

아내가 시장에 가는 시간이면 먼발치에 숨어서 그녀를 바라보는 스트로브의 비극이 시작되지만 결국 그의 아내는 자살하고 만다. 스트릭랜드가 예술에의 열망을 쫓아 영국의 가족들을 버리고 파리로 떠나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그녀를 모델로 한 누드화 한 점을 남겨놓고 떠나버린 것이다. 스트릭랜드에게 친구 스트로브의 아내는 모델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며 오직 그림만이 중요했다.

이후 스트릭랜드는 노숙자와 같은 삶을 살게 되지만 결코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고 말년에는 원시적인 섬 타히티에 정착해서 ‘아타’라는 여성을 만나 결혼해서 자식까지 낳는다.

그는 한센병으로 죽기 전 마지막으로 살았던 타이티의 오두막집 벽에 최후의 걸작을 남기지만 “자신이 죽으면 시신과 함께 오두막집을 태워달라”는 유언에 따라 아타는 그가 그린 마지막 그림과 함께 오두막을 불태워 버린다.

이 이야기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장편소설 ‘달과 6펜스’의 내용이다.

‘달’은 예술의 열정을, ‘6펜스’는 현실의 세속적인 가치를 상징한다. 작가는 소설에서 현실의 안정된 삶으로 상징되는 ‘6펜스’를 버리고 그림을 그리겠다는 열정으로 표상된 ‘달’을 추구하려 했던 주인공을 통해 예술가의 열정과 고뇌를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서머싯 몸의 대표작인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제도화된 문명을 거부한 채 방랑의 삶을 살았던 인상주의 화가로 원시적 자연을 동경하며 독자적인 색채로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한 예술가의 일생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 예술가는 바로 우리에게는 타히티의 여인들(Tahitian Women, 1891년)이란 작품으로 익숙한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이다.

회화계의 이단아 폴 고갱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된다.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년) 프랑스 출신의 인상주의 화가로 원시적 자연을 동경했으며, 독자적인 색채와 형태를 표현한 그의 화풍은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국의 소설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은 폴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그려내고 있다.<br>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년) 프랑스 출신의 인상주의 화가로 원시적 자연을 동경했으며, 독자적인 색채와 형태를 표현한 그의 화풍은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국의 소설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은 폴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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