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무익하고 유해하다. 담배같은 소설이다.

유익하고 이로운 독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신이현 소설은 적합하지 않다. 유희적이고 심미적인 독서의 목적에 적합하다.

'숨어있기 좋은 방' '갈매기 호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남자'

신이현의 소설에는 공통적으로 예쁘고 어리며 젊고 무책임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숨어있기 좋은 방에서 윤이금은 작은 회사의 경리였는데 은행에 입금해야하는 돈을 잃어버리고 낯선 곳으로 숨어버린다. 그곳에 숨어사는 또다른 남자버전 윤이금을 만나 육체의 쾌락, 성적인 유희에 빠져 지낸다.

갈매기 호텔에서 신정이나 이 소설에서 모영은 숨어있기 좋은 방에서의 이금과 다른 듯 닮아있다.

결혼을 앞둔 신정이 훌쩍 프랑스로 가버리는 것, 아빠의 사업이 몰락한 후 가족 모두 여관방 신세가 되자 단란주점에서 일하게 되는 모영,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남자는 주인공이 남자로 바뀌었지만 몸을 파는 젊은 남자, 결국 신이현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젊음과 청준을 두루말이 휴지 풀어쓰듯 마구 허비하며 방황한다.

권태로운 젊음, 어리고 예뻤던 그 시절, 가장 예뻤지만 불행했고, 쓸쓸했던 시절을 찬란한 퇴폐로 그려낸다.

책의 제목인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모영이 반성문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 갔을 때 읽은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이다.

그 시가 마음에 들어 책의 그 페이지를 찢어서 들고 다닌다. 결국, 비극적으로 끝이 나는 소설에서 이 시가 적힌 페이지는 피에 젖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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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않던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 부릴 실마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바쳐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깨끗한 눈짓만을 남기고 모두 떠나가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엉터리없는 일이 있느냐고

블라우스의 팔을 걷어 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고

나는 아주 얼빠졌었고

나는 무척 쓸쓸했다

때문에 결심했다 될수록이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불란서의 루오 할아버지같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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