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탄생의 신비가 숨어 있는 클림트의 ‘키스’

20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클림트의 '키스'<br>
20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클림트의 '키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보지 못했다면 빈을 떠나지 말라”

오스트리아의 빈 국제공항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 동시에 가장 사랑받는 오스트리아의 자존심이자 최고의 예술품으로 벨베데레(Belvedere)가 소유한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다.

현대 미술의 가치를 끌어올린 클림트의 그림 중 ‘입맞춤(The Kiss)’은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1907년과 1908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이 시기는 그가 금박과 금색 물감을 자주 사용했던 황금 시기로, 이 작품을 보면 왜 ‘황금빛 색채 화가’로 불리는지 공감할 수 있다.

작품 속에는 남녀가 황금빛의 화려하고도 섬세한 장식에 둘러싸여 입맞춤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패턴화된 기하학적인 문양의 평면적인 장식을 통해 두 사람이 하나인 듯 결합된 모습을 하면서도 엄연히 다른 존재인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포옹하는 두 연인은 ‘입맞춤’이라는 성적인 암시를 통해 비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작품 전체에 담아내고 있는데, 고개를 돌린 채 여자의 볼에 입맞춤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과 눈을 감은 채 감정에 몰입하며 황홀경에 빠진 듯한 여인의 표정은 화가가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에 대해 현재까지도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한다.

초록과 빨강과 핑크와 노란색 등의 화려한 꽃밭 위에서 무릎을 꿇고 황금빛에 둘러싸인 채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연인의 모습에서 사랑은 화려하고 열정적이며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 영역이며, 이 사랑은 마침내 입맞춤을 통해 이질적인 두 성(性)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진정한 화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20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그림 속 수수께끼 같은 비밀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로 사랑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 속에 생명 탄생의 신비가 숨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며 새로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두 연인을 둘러싸고 있는 화려한 금박 문양이 경계가 없는 듯 하나가 된 남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의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는 가운데 화가는 남성과 여성의 옷에 그려진 기하학적인 패턴의 문양을 통해 비밀스러운 의도를 담아내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작품은 남성을 상징하는 정자와 여성을 상징하는 난자가 마침내 결합된 수정란으로 구현된 인간의 생식세포를 형상화한 것이다.

즉 남자의 옷에 그려진 강인한 느낌을 주는 흑백의 직사각형은 남성 성의 상징으로 그 주변의 조그마한 점들은 정자의 목을 도식화한 것이다. 여성의 옷에 달걀 모양으로 동그랗게 그려진 것은 여성 성의 상징인 난자로 그 주변에는 수많은 정자가 유영하고 있다. 여기에 난자와 정자가 만난 수정란은 오렌지색 동그라미로 묘사되어 있으며 한 개였던 수정란은 두 개, 네 개, 여덟 개로 세포가 분열하여 마침내 한 명의 인간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이 연구에 따르면 클림트의 ‘키스’는 인간 탄생 첫 3일간 창조의 순간을 그림 속에 녹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당시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빈의 사교모임에서 예술가, 과학자와 같은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해부학 실습을 견학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특히 빈 사교계의 핵심 인물이었던 베르타 추커칸들(Berta Zuckerkandl)은 클림트의 적극적인 옹호자였는데 그녀는 남편인 빈대학의 해부학 교수 에밀 추커칸들(Emil Zuckerkandl)을 클림트에게 소개하였다. 이들 부부는 당시 빈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던 학문인 생물학의 최신 지식을 클림트에게 전해 주었고, 현미경으로 세포의 신비로운 모양과 형태를 접한 클림트는 그 모습에 매혹되었다.

시대를 앞서가는 명작 클림트의 작품 ‘키스’는 당대에 발생한 최고의 지식이 작품 속에 녹아든 것으로 작품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아름다움은 실제 생명 탄생의 신비가 들어 있기 때문에 더욱더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닐까?

황금빛 색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된다.

도식화된 정자, 난자, 수정란의 모습을 클림트의 키스 속 문양과 비교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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