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온다. 습기 가득한 계절이 장마와 함께 오고 있다. 문득 통영이 아름답고 아련하게 묘사된 단편소설이 들어있는 소설집을 손에 들어본다.

윤대녕의 일곱 번째 소설집 <도자기 박물관>은 2010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발표된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책이다. 윤대녕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고통에 대한 사유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책으로 썼다고 한다.

무엇보다 소설집에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홍콩-통영간’이다. 내가 사는 곳, 통영이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떠난 남자의 회고록. 통영의 해저터널을 비롯한 곳곳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구제역들’과 ‘검역’은 covid-19로 인해 한동안 멈춰있던 우리 세계의 변화를 미리 예견한 것이 아닐까. 무릇 작가의 세계관이란 이렇게 탁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살아가는 일의 고통스러움을 보여주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로 이루어졌다. 소설 속 그들은 자신의 굴레 때문에 헤맬 수밖에 없는 존재들, 자신의 태생적 결핍과 상실감이 그들을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이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찾아 헤매도록 이끈다.

장마, 비가 오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이 계절, 길지 않은 소설 7편이 담긴 윤대녕의 소설집을 건네 본다.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