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는 ‘범죄도시2’ 영화를 보았고,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었다. 오랜만에 간 롯데시네마는 의자가 싹 바뀌어 있었다. 누워서 다리를 펴고 볼 수 있어 좋았다.

범죄도시2를 보고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다. 사실 이 영화는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인데 범죄가 일어나는 초반 배경이 베트남이다.

영화는 재미있다. 잔인하고 폭력성이 강하지만 쉽고 단순하고 지루하지 않다. 2시에 시작한 영화가 3시 40분경 끝이 났는데, 단 한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금천경찰서 마석도 형사는 전반장과 함께 베트남으로 간다. 현지에서 자수한 범인을 인도하기 위해 갔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역시 그 범인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강해상에게 신변을 위협받은 범인은 자수해서 본국으로 도망치려 한 것이었다.

강해상-손석구 배우가 연기한 강해상은 전편의 악역 장첸 못지않은 극악무도함을 보여준다. 강해상이 들고 설치는 도끼처럼 생긴 칼의 정식명칭이 무엇인지 몰라서 찾아보니 마체테(machete)라고 부르는 벌목도였다. 즉, 나무 벨 때 쓰는 것, 정글도.

암튼, 마체테를 휘두르는 강해상 vs 맨손으로 싸우는 마석도! 누가 이길까?

1차전 베트남에서 붙었을 때는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2차전 한국으로 돌아와 버스 안에서의 장면에서는 마석도가 완벽하게 제압한다. 왜? 영화니까, 영화는 거의 마석도 히어로물이다.

그런데, 영화의 배경은 왜 베트남이었을까? 실제 필리핀 한인 납치사건을 토대로 썼다면서 왜 필리핀이 아니라 베트남이었을까?

그린파파야 향기라는 영화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인생영화 중 하나인데, 그 영화의 배경도 베트남이다.

아름답고 정적인 그 영화 속의 베트남, 범죄도시 속 베트남. 물론 그린파파야 향기는 1960년대, 범죄도시는 2008년이다.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을 땐 그 나라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우습게, 혹은 작게 희화화되어 표현되는지 본 적 있을 것이다.

과연 베트남은 영화 속에서처럼 진짜 무법천지인가?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그럴까? 그럴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든다. 베트남 여행은 어쩜 무서워서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겠지만, 영화는 상상하게 하고 꿈을 꾸게 한다. 그린파파야 향기라는 영화는 나에게 작은 꿈을 꾸게 했다. 그런 아름다운 나라가 아시아 어딘가에 있다지. 그린파파야가 익어가는 따뜻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범죄도시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다. 어쩌면 터미네이터 같은 히어로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 한국영화 범죄도시1에서 중국을, 범죄도시2에서 베트남을 어떤 시각으로 보았는지, 나중에 다시 회자될 수도 있지 않을까.

범죄도시2를 본 후, 문득 그린파파야 향기 그리고 연인이 다시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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