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한 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br> (미국) 컬럼비아대학 방문학자<br>
정 한 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컬럼비아대학 방문학자

봄비가 내리고 있다. 이 비가 오고 나면 여름으로 들어갈 것이다. 계절은 쉼 없이 흐르며 치열하였던 시간도 다시 일상으로 되돌려 주기도 한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면 시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있다.

나의 대학생 시절인 1970년대의 선거 구호는 선진조국 건설과 군정종식이 대중을 이루었다. 직접선거에 의하지 않는 국회 원내 교섭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통일주체국민회의 구성으로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경험도 하였다.

군대를 제대하였을 때가 1979년이었고 복학을 하였을 때가 1980년이었다. 대통령 영부인이 총탄에 쓰러지고 대통령도 자신의 측근의 총구에 쓰러졌다.

1980년, 서울의 봄이 왔다며 대학생들은 흥분하였지만, 또다시 군부 정권이 들어섰다. 나는 대학생으로서 정치 격변기를 고스란히 경험하게 되었다. 선거 때면 수십만 명이 모이는 대중 유세가 뉴스를 탔고, 지지자들의 열렬한 응원으로 선거운동은 과히 역동적이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선거를 경험하였다. 여당은 연속적인 국가발전 비전을 제시하고 야당은 정권교체를 통하여 나라를 더 잘 살게 하겠다고 하니, 국민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나쁠 것이 없는 것들이었다. 공약을 통하여 새로운 국가 또는 지역의 발전구상을 접할 수 있고 후보자의 지난 삶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선거 과정을 통하여 민주주의가 크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그때의 최고의 권력자들은 지금 대부분 저승에 갔다. 국가는 영원하고 인간의 생명과 권력은 유한하였다.

선거문화는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대규모 군중집회보다는 SNS 홍보와 방송 토론이 일상화되었다. 치열한 방송 토론을 볼 수 있고, 유튜브와 TV로 후보들의 정책 또는 자질을 검증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 동참하여 지지 후보를 표현하기도 한다. 국민으로서 대우받는 선거가 주기적으로 있다. 영원한 여당도 야당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직접선거를 통하여 정치 권력을 배출하는, 민주주의가 크게 발전한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이다. 참으로 많은 정치의 격변 시대를 거치면서 이제는 순환적 정치권력이 창출되고 있다. 정치인은 늘 긴장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국가발전 비전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때로는 흥분도 하고 때로는 네거티브도 있었지만, 최종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었다.

며칠 후면 시장과 지방의원이 선출될 것이다. 당선자에게 큰 축하를 드리며 낙선자들의 정책 아이디어도 눈여겨 챙기기를 기대한다. 이런저런 사유로 출마 자체를 접은 분,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선거에서 낙선한 분들에게 큰 위로를 보낸다. 여러분 덕분에 역동적인 선거를 경험할 수 있었고 주민으로서 대우받았다. 2년, 4년 그리고 5년 후에도 선거가 있다. 진정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것은 오늘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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