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탄생

비너스를 수행하는 계절의 여신 호라 중 하나가 바람에 밀려 해안가에 도착한 비너스에게 화려한 꽃무늬가 장식된 옷을 입혀주려고 다가서고 있다. 옷에 그려진 꽃무늬 장식의 도안은 작품의 의뢰인으로 추정되는 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며 계절의 여신 호라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그녀가 봄의 여신임을 알려주고 있다.
비너스를 수행하는 계절의 여신 호라 중 하나가 바람에 밀려 해안가에 도착한 비너스에게 화려한 꽃무늬가 장식된 옷을 입혀주려고 다가서고 있다. 옷에 그려진 꽃무늬 장식의 도안은 작품의 의뢰인으로 추정되는 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며 계절의 여신 호라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그녀가 봄의 여신임을 알려주고 있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T. S. Eliot)은 그의 시집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고 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엘리엇은 시에서 봄비가 잠들어 있는 식물의 뿌리를 깨우는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며, 망각의 눈(눈)으로 덮인 겨울이 차라리 따뜻하다고 했다. 얼어붙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약동과 변화를 일깨우는 봄은 숭고하면서도 몸부림치며 살아내야 하는 잔인한 계절이다.

‘4월’을 뜻하는 ‘April’은 라틴어 ‘Aprilis’에서 유래된 단어로 ‘아프로디테의 달’을 의미한다.

엘리엇이 시에서 온갖 화사한 꽃들이 만발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달콤한 유혹을 견디어내야 하는 사랑과 관련한 시련의 아픔을 갈파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프로디테의 탄생에는 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에 차용된 내용(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서 인용) 외에도 호메로스가 주장하는 하늘의 신 제우스와 바다의 요정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도 있다.

또한, 플라톤은 그의 저작 ‘향연(Symposion)’에서 비너스의 탄생과 관련한 사랑의 속성을 설명하며 사랑의 이중성에 대한 부분도 논하고 있다.

우라노스의 생식기에서 탄생한 ‘아프로디테 우라니아(Urania:하늘의)’는 나이 많은 여신으로 정신적 사랑을 주관하는 미의 여신이고,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탄생한 ‘아프로디테 판데모스(’Pandemos:모든 민중의)는 육체적인 사랑을 주관한다는 것이다.

즉,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하늘의 고귀한 사랑과 민중의 세속적인 사랑 모두를 포괄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작품은 1485년경에 제작된 작품으로 고대 로마 신화의 서사를 종교적 시각이 아닌, 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여성의 신체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비너스는 바다의 물거품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자태로 화면 중앙의 조개껍질 위에 서 있다.

그림 속 왼쪽에 있는 정신적인 사랑의 상징인 서풍의 신 제피로스(Zephyros)와 그의 아내 미풍의 여신 아우라(Aura)가 입김을 불어 비너스를 키프로스 섬 해변으로 밀어 보낸 것이다.

미풍의 여신 아우라는 꽃의 여신 클로리스(Chloris)로도 해석이 되는데 그녀의 입김에서 나온 꽃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편으로 그림 속 오른쪽에는 비너스를 수행하는 계절의 여신 호라 중 하나가 바람에 밀려 해안가에 도착한 비너스에게 화려한 꽃무늬가 장식된 옷을 입혀주려고 다가서고 있다. 옷에 그려진 꽃무늬 장식의 도안은 작품의 의뢰인으로 추정되는 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며 계절의 여신 호라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그녀가 봄의 여신임을 알려주고 있다.

작품 속에서 비너스는 꿈속에서 방금 깨어난 듯한 표정으로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감추려는 은근하면서도 고혹적인 자태로 묘사되고 있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하얀 피부는 마치 대리석 같은 느낌을 주며 신체의 우아한 곡선과 미묘한 색 대비는 미의 여신 비너스의 신비로움을 더욱더 증폭시켜준다.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을 알려주기 위해 고대 신화를 인용하고 있다. 그림 속에서 조개껍질은 생명의 탄생과 부활을 상징하는 여성의 자궁을 의미하며 화면에 떠다니는 장미꽃은 비너스를 상징한다.

신화에 의하면 장미는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생겨났는데 비너스는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대지에 장미꽃을 피웠다. 정열의 빨간 장미는 비너스가 사랑한 소년 아도니스가 사냥을 나갔다가 짐승에게 물려 죽었을 때 흘린 피와 그녀의 눈물이 섞여 붉게 물든 것 이라고 한다.

이처럼 비너스의 탄생은 신화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으나 그림 속 비너스의 실제 모델은 사실 보티첼리가 사랑한 실존 인물이었다.

보티첼리의 르네상스는 다음 주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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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사랑의 상징인 서풍의 신 제피로스(Zephyros)와 그의 아내 미풍의 여신 아우라(Aura)가 입김을 불어 비너스를 키프로스 섬 해변으로 밀어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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