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최초의 누드화

산드로 보티첼리
산드로 보티첼리

그리스 로마 신화의 최초의 권력자인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는 첫 번째 아들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os)를 낳고 그를 남편으로 맞이하고는 그들 사이에 여섯 명의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식들이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여 그들을 다시 가이아의 뱃속에(땅속) 가두어 버린 것이다.

그러자 이에 불만을 품은 가이아는 막내아들인 크로노스(Kronos)를 사주해서 우라노스를 제거하고 뱃속에 갇혀있는 형들을 꺼낼 계획을 세운다.

크로노스는 어머니 가이아의 명을 받아 그녀의 자궁 속에 숨어있다가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들어오자 낫으로 잘라서 바다에 던져버린다.

이 일 이후로 하늘(우라노스)과 대지(가이아)는 영원히 갈라져서 다시는 섞이지 않게 되었고, 크로노스는 우라노스의 뒤를 이어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의 뱃속에 갇혀있는 형들을 꺼내어주기로 한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한편 바다에 던져진 우라노스의 생식기에서 나온 정액은 바다와 섞이면서 하얀 거품을 만들어내었고 그 거품 속에서 미의 여신 비너스(Venus)가 탄생한다.

비너스(Venus)는 아프로디테(Aphrodite)의 로마식 이름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신 중의 하나인 미(美)와 사랑의 여신이다. 그리스어로 ‘거품(aphros)’을 뜻하며 ‘거품에서 태어난 자’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비너스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마음에 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사랑의 속성에는 양면성이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즉, 사랑은 인간의 영혼에 창조적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불(火)과 같아서 이것은 쇠를 달구어 강하게 단련시키는 반면에 종이를 태워서 재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예술가들에게 비너스의 상징성은 바로 여체의 아름다움이다. 벌거벗은 여체는 그들의 혼을 일깨워주며 작품 속에서 영감의 원천으로 탄생한다.

미술사에는 수많은 ‘비너스‘가 등장한다. 그중에는 신화 속의 여신을 실제 모델로 한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름다움에 대한 상징성으로 신화 속 여신의 이름을 빌어 작품 속에 형상화 한 것이다. 그러므로 작품 속의 ‘비너스’는 곧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을 가진다.

중세는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려는 기독교적 윤리 사상이 지배하고 있어 예술가들에게는 작품 창작에 제한적이었던 암흑의 시기였다. 신화 속의 여신이라도 여성을 미적 대상으로 다루는 누드 작품은 종교적으로 금기시되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중세 시대를 벗어나 여성 신체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준 르네상스 최초의 누드화가 있다.

이 작품은 당시에는 파격적인 시도로 금욕 지향의 중세 기독교에 반기를 들고 여성을 미적 표현의 대상으로 담아내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누드를 신화 속 인물로 차용해서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회화사의 혁명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또한, 화가들은 이 작품을 계기로 종교적으로 금기시되었던 인간의 욕망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여성의 원초적인 모습도 미적 탐구의 기준이 되어 작품에 담을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한다.

각설하고 그러면 여성 누드화의 선구적 모델로 후대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이 작품은 무엇일까?

바로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년-1510년)의 ‘비너스의 탄생(Birth of Venus)’이다.

보티첼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화가로 본명인 알레산드로 디 마리아노 필리페피(Alesandro di Mariano Filipepi)보다 어린 시절 별명이었던 보티첼리(이탈리아어로 ‘작은 술통’을 의미)라는 이름으로 오늘날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인 ‘비너스의 탄생’은 미의 여신 비너스가 바다 거품에서 탄생해서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그리스 키프로스 섬에 도착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보티첼리의 르네상스는 다음 주에 계속된다.

보티첼로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
보티첼로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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