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진주를 캐는 남자

하나 남은 요트를 배경 삼아
하나 남은 요트를 배경 삼아

“통영은 너무나 많은 진주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진주인지 몰라요. 왜? 일상이니까요. 흔히 알고 있고, 늘 보던 거라 진주를 돌멩이인 줄 알아요. 하지만 저처럼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진주를 보고 놀라는 거죠.”

용남면에서 요트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심현철 씨(57)는 올해로 통영살이 12년에 접어들었다. 앞만 보며 달리던 삶에 지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은둔지로 찾아들어온 곳이 바로 통영이었다. 통영은 그에게 쉼을 주었고, 다시 일어날 힘을 주었다. 새로 눈뜨고 보니 통영만큼 곳곳에 진주를 품고 있는 곳이 또 있으랴 싶게 곳곳에 보석 같은 자원이 있었다.

“저는 5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요. 4-50대에게는 기술과 관련한 일자리를, 2-30대에게는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디자인을 IT와 연결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요. 통영 사람에게는 예술적 DNA가 있잖아요? 그러니 시에서 컴퓨터 디자인과 관련한 교육을 지원하여 사람을 키워내는 거예요. 모든 산업, 영상, 게임 등에 필요한 배경 디자인을 제작해 기업과 연결하면 통영의 지리적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일자리는 거리와 상관이 없으니까요.”

2년 전 어느 날, 정점식 국회의원의 요청으로 국민의힘 통영고성 당협 부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그는 원래 전문 분야였던 조선, 선박 분야를 넘어서서 수산, 일자리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통영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수산업이 기울고 어선이 낡아져가고 있지만, 그는 거기서도 통영의 진주를 보았다. 어선을 수리하기 위한 철공단지의 기술과 인프라를 보았기 때문이다.

“요트도 결국은 배이기 때문에 수리와 보수, 매매 등이 필요합니다. 통영은 미래 관광으로 각광받고 있는 해양레저를 산업으로 발전시키기에 아주 적당한 곳입니다.”

그를 통영과 연결해 준 것도 사실은 요트다. 잘 나가던 회사, 코스닥 상장을 코앞에 두었던 요트선박 설계 제조회사의 대표였던 그는 2010년 무렵의 세계금융위기 때 회사의 문을 닫았다. 부산대 조선공학과를 나와 유수한 조선소에서 근무했고, IT계열의 회사를 창립해 쉬지 않고 달렸으며, 설계부터 제조까지 할 수 있는 선박회사를 세워 승승장구했던 시간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때 저의 꿈이 ‘개처럼 사는 것’이었어요.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아무 생각없이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요. 그래서 요트를 띄울 수 있는 잔잔한 바닷가를 찾아 남해안 일대를 다 돌아다니다가 딱 맞는 장소를 발견한 게 용남면 끝자락입니다.”

요트와 펜션을 같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아이요트펜션’이라는 이름을 짓고, 혼자만의 통영살이가 시작되었다. 아내는 당시 학생이었던 아들딸과 함께 부산에 남았다. 큰 요트 3척, 작은 요트 10척과 함께 펜션을 시작했다. 펜션에 오는 손님에게 무료로 요트를 태워 주며, 한가로운 시간을 꿈꾸었다.

“하지만 펜션 일이 쉬는 일일 수는 없잖아요.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더구나 손님들 중에는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분들이 있기 마련이고, 현실적으로 요트는 관리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나와서, 한 척만 남기고 모두 처분했어요. 펜션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조용한 시간을 지냈지요.”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자, 가족들도 피난하듯 도시를 떠나 통영으로 왔다. 은둔생활이 몸에 맞아가고 있을 때, 정점식 의원실에서 함께하자는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못한다고 했지요. 그런데 조선, 해양, 수산 관련의 정책 자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 함께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와 두 가지를 약속했어요. 직접 출마하는 현실정치는 하지 않겠다, 그리고 딱 5년만 하겠다. 2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3년 남았네요.”

1년 동안 그는 국민의힘 당협 부위원장으로 일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아무 직함이 없는 일개 당원이지만, 스스로 정치에 참여중이라고 말한다. 민생과 맞닥뜨리는 문제를 만날 때마다 당에 건의를 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반려견 가족들과...
사랑하는 반려견 가족들과...

“한번은 가리비 양식을 하는 어민들이 ‘검역 과정 중에 종패 50%가 죽는다’고 하는 거예요. 행정 절차 때문에 어민이 피해를 본다면 뭔가 개선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정점식 의원에게 제보했지요. 정 의원은 국회에서 ‘검역 과정 개선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정치인에게 전달하고 그것이 정책이 되도록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정치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정치의 매력은 민생을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제 마음먹은 시간의 중반, 스스로 약속한 3년이 지난 다음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더 긴 꿈은 모르겠다. 일단은 통영에 올 때 꿈꾸었던 대로 다시 ‘개처럼’ 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펜션의 가족인 리트리버 세 마리, 닥스훈트 두 마리, 미니핀 한 마리가 그가 부러워하는 ‘자유’를 자랑하며 봄날의 바닷가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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