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껍데기,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입니다”

가화바이오 김경옥 대표
가화바이오 김경옥 대표

굴 껍데기는 석회비료로도 쓰이고, 김 종패를 붙이는 데도 쓰이고, 가금류의 사료로도 사용된다. 고양이 배변 모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쓰임새가 많은 굴 껍데기지만 재활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뿐, 통영의 해안은 ‘폐기물’이 되어버린 굴 껍데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굴 껍데기가 내뿜는 지독한 악취가 통영 바다의 아름다움까지 잠식해 버린다.

하지만 획기적인 방법으로 굴 껍데기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있다. 풍화리 바닷가에 자리잡은 가화바이오다. 삼십대의 미모를 가진 김경옥 대표(46)가 통영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시작은 단순했어요. 머드팩이나 진주팩처럼 미백작용을 할 수 있는 화장품을 굴 패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깨끗한 패각이 있어야 하잖아요. 저희 본부장님이 20년 전에 미생물로 유기물을 처리해서 화장품을 만들었다 하시더라구요. 미생물이 굴 껍데기 유기물도 먹을까? 이런 생각으로 집안에 200리터짜리 수조를 만들어 놓고 미생물을 연구했어요. 굴 껍데기를 먹이로 하는 가장 적합한 미생물을 찾아냈고, 그들이 살기 좋은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미생물은 좋은 먹이를 얻고, 김경옥 대표는 깨끗한 굴 패각을 얻는 상생의 결과가 나왔다. 2019년 서울에서 거둔 이 작은 성공으로 인해 김경옥 대표는 2020년 통영에 가화바이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미생물이 살기 좋도록 따뜻하고 조용하면서 굴 껍데기가 많이 나는 곳을 찾아온 곳이 통영이다.

“미생물이 굉장히 예민해서 쉽게 죽을 수 있기 때문에 한적한 바닷가를 찾다가 풍화리로 오게 됐어요. 1.2톤짜리 수조를 마련하고 증식시키고 안정화시키는 데 6개월이 걸렸어요. 미생물 특허는 나오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저희는 굴패각 세척용 미생물에 대한 특허를 받았습니다.”

가화바이오는 현재 4개의 특허 출원을 했다. 그중 미생물과 미생물을 이용한 굴 세척기는 특허를 받았고, 멍게 세척과 고양이 모래는 현재 특허 심사가 진행중이다. 모두 미생물을 베이스로 한, 수산부산물 세척과 활용에 대한 특허다.

“깨끗한 굴 패각은 사용처가 무궁무진합니다. 저희가 내놓은 굴 패각에서는 냄새가 조금도 나지 않아요. 순수한 패각은 갈거나 소성시켜서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어요. 탄소 발생이 전혀 안 되니 환경에도 좋고, 버려지는 물도 없습니다. 찌꺼기는 모아서 퇴비로 사용하고 있는데, 식물이 너무 잘 자랍니다.”

굴 껍데기의 납작한 쪽인 좌각은 김의 종패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김 종패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라도 바닷가 도시들은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한다. 가까운 통영에 넘쳐나는 굴 껍데기가 있지만, 원하는 두께, 원하는 질의 종패를 원하는 가격에 맞춰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저희가 김 종패를 생산하면 어떠냐고 했을 때, 업계 사람들은 중국과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중국이 봉쇄되자, 당장 종패를 구하지 못해 난리가 났었지요. 해외의존도가 높으면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국산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근에 특허를 신청해 놓은 고양이 모래는 굴 패각의 획기적인 활용이 될 수 있다. 계속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2000억원이 넘는 큰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은 2조원이 넘는다. 수출의 길까지 열린다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 모든 활용의 전제에는 굴 패각을 깨끗하게 만드는 전처리 작업이 필수다.

“고양이 모래는 습기와 냄새를 잘 잡아야 하고 배변이 된 다음에는 잘 뭉쳐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공이 많은 굴 패각은 최적의 재료이지요.”

현재 가화바이오에서 처리할 수 있는 굴 껍데기는 연간 2만 톤이다. 특허가 나오고 시장이 더 커진다면 더 많은 굴 패각을 처리해야 한다. 김경옥 대표는 가장 큰 난관이 ‘굴 패각을 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천으로 널린 게 굴 패각인데 무슨 말일까?

“패각을 구하기 위해 굴 박신장을 찾아 다녔죠. 하지만 박신장에서는 굴 껍데기를 분쇄하여 내놓기 때문에 저희가 쓸 수 없습니다. 굴과 굴을 연결한 코팅사까지 같이 분쇄되기 때문에 미생물 세척을 할 수 없거든요.”

현행법상 폐기물로 처리되는 굴 패각은 분쇄되어야 효율적으로 운반할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여 코팅사를 분리해서 분쇄하는 박신장도 있지만, 적은 양이라도 섞이게 되면 미생물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가화바이오에서는 쓸 수 없다.

“굴 패각 문제는 오랫동안 통영시를 괴롭혀 온 과제입니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하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계십니다. 강혜원 시의원, 강근식 도의원, 정점식 국회의원님까지 저희 회사를 방문하셔서 미생물이 굴 패각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가셨습니다.”

올해로 3년차,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이해관계 속에 들어가 자리를 넓히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내일의 푸른 지구를 만드는 일이기에 김경옥 대표는 사랑스런 미생물과의 상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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