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 前 해양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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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무서운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태풍은 될 수 있으면 안 오면 좋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과연 태풍이 필요 없는 존재일까? 무서운 존재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자연현상이 태풍이다. 태풍이란 열대해역에서 발생하는 저기압을 말하는데 아시아에서는 태풍이요, 북미근해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이며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이라 부른다. 태풍의 강도는 1,300메가톤의 핵폭탄에 해당한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핵폭탄의 강도가 몇 100킬로톤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파괴력을 가늠할 수 있다. 태풍은 강한 만큼 두려움의 대상이다. 세찬 바람은 농사를 망치고 건물을 파손하고 바다에서는 선박을 침몰시킨다. 또 동반되는 폭우는 하천과 전답을 침수시키고, 교량과 도로를 파괴하며 산사태를 일으켜 수많은 인명피해를 준다. 1959년에 발생했던 태풍 사라호는 무려 849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그러나 태풍이 인간에게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태풍이 몰고 오는 많은 비는 농사와 실생활에 필요한 물을 공급해 준다. 강풍에 의해 생긴 풍파는 바다 밑까지 샅샅이 훑어 자연적인 청소활동을 한다. 또한 바다 밑바닥의 침전물을 떠올려 고기의 먹이를 풍부하게 해준다. 강한 파도는 물속에 많은 산소를 공급하여 물고기의 성장을 도와준다. 그래서 태풍이 지난 후에는 어획량이 많아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태풍의 중요한 역할은 열대지방에서 한대지방으로의 열의 수송이다. 열대의 뜨거운 열을 한대로 이동시켜 지구 전체 에너지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수는 1~2개이다. 일본의 경우는 한해 4~5개의 태풍이 피해를 준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태풍을 神風이라 부르며 신성시한다. 왜냐하면 몽고의 침입을 막아준 바람이 바로 태풍이기 때문이다. 여몽연합군이 군선을 타고 일본을 침략하려던 그때, 갑자기 불어온 태풍에 의해 군선은 무참히 침몰했다. 그 바람이 없었다면 일본은 연합군의 공격에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준 바람, 그것이 바로 태풍이었으니 일본인들이 神風이라 부를 만하다.

자연현상을 두려워만 하고 경원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잦은 태풍과 지진으로 자연조건이 열악한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자연현상을 소중히 여기고 그 현상에 자극받아 실생활에 이용한 덕일 것이다. 태풍은 열대저기압이지만 정작 열대지방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 열대의 나라들은 자연조건도 좋고 천연자원도 풍부하지만 대부분 저개발국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연조건이 너무 좋다보니 사람들이 태만해지기 때문이다. 적절한 자연적인 자극은 인간을 분발시킨다.

태풍 매미를 기억하는가? 2003년 9월에 발생한 태풍 매미는 한반도에서 기상관측을 실시한 이래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다. 남해안에 상륙했을 때의 최저기압은 1959년 9월 발생한 태풍 사라의 952hPa보다도 낮은 950hPa이었다. 이는 5천억 원의 재산피해와 1,231명의 사망·실종 피해를 낸 1987년 7월의 셀마(972hPa), 2002년 8월 30일~9월 1일 발생한 루사(970hPa:사망·실종 270명)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문제는 태풍의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일기예보를 들어보면 기상관측이래 최초, 최강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기상이변들이 지구온난화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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