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수상자 되겠다”

통영시문학상은 청마문학상·김춘수 시 문학상·김상옥 시조 문학상·김용익 소설 문학상 총 4개 부문을 시상하는 통영 최고의 문학 행사다.

원래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청마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상해 오던 것을, 2015년부터는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선생을 기리는 상을 더 포함하여 4개 부문 수상자를 매년 선정하고 있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강수성)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 및 본심의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4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한다.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2천만 원, 그 밖의 수상자에게는 1천만 원씩 총 5천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수여된다.


청마문학상 | 김승희

청마문학상을 수상한 김승희 시인은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국문학 박사로,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역임했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단편소설이 당선됐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쳤으며, 소월시문학상, 고정희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시 부문, 한국서정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시집에는 혼란스럽고 암울한 삶 속에서 인간의 진심과 본심을 찾으려는 시인의 정신이 직설적으로 표출되어 있다.”면서, “진실 한 조각을 지키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바닥을 네 발로 기어가는 인간의 마지막 마음’이 선명하게 부각되는 이 시집을 청마문학상 수상작으로 천거하는 데 일심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김승희 시인은 “청마의 이름으로 통영에 와서 청마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이 참 경이롭다.”면서 “청마의 깃발처럼 흔들리는 시대의 현장성과 인간의 마음이 지닌 보편성을 한 편의 시 안에 담을 수 있는 위대한 모순의 길항(拮抗)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김춘수시문학상 | 김지녀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김지녀 시인은 200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하여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시소의 감정’, ‘양들의 사회학’,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가 있으며 제20회 편운문학상 시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민음사에서 펴낸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에서 김지녀 시인이 “섬세한 인식과 예민한 감각을 교향곡과 흡사한 멜로디의 악장으로 형상화하여 독자적인 시 세계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새의 움직임을 침묵과 고요의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기법을 통해 실체가 아니라 흔적을 포착하는 고유한 시적 기율을 완성해 나가고 있으며, 생활과 예술, 일상과 환상 사이에서 복잡다기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제공해준다.”면서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김지녀 시인은 “김춘수 시인이 바라본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를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김춘수 시인의 이름으로 받는 수상의 영광과 격려로 저는 다음을 생각하게 되었다.”면서, “(시집 제목의) ‘기이한 새소리’가 정말 음악과 같았다. 큰 다독임이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상옥시조문학상 | 신춘희

신춘희 시인은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1980년 시조, 1982년 동시, 1983년 시 당선으로. 시의 모든 분야에서 등단했다. ‘식물의 사생활’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으며, 창릉문학상, 랑제문화상(문학부문), 울산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 춘포문화상(출판언론부문), 울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울산문화재단 전문예술가지원금을 받았으며, 경상일보 논설실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심사위원들은 “시조는 전통 기율에 충실하면서 시대적 요청에 답해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신춘희의 수상 작품집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은 폭이 넓고 깊이가 있으며, 시각이 새롭다. 잘 버무린 품격 높은 서정성, 촌철살인의 발화와 이미지 구현,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천착과 육화가 시조집 전편에서 여실하게 읽혔다.”는 평도 내놓았다.

신춘희 시인은 “김상옥 선생의 작품을 머리로 읽고 몸으로 필사하며 선생의 작품이야말로 현대시조의 활화산이라 생각했는데, 선생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문학상을 받아 김상옥 문파의 일원이 됐다.”며 감동을 감추지 않았다. “강호의 음유시인답게, 치열하게 쓰겠다. 시조단의 전위가 되어 선생처럼 우뚝한 경지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김용익소설문학상 | 김성중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성중 작가는 2010년, 2011년, 2012년 연속으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현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소설집 ‘개그맨’, ‘국경시장’, ‘에디 혹은 애슐리’와, 중편소설 ‘이슬라’가 있다.

수상작인 ‘에디 혹은 애슐리’는 환상의 광대한 모험이 구체적 현실과 절묘하게 배를 맞대고 있는 작품집이다. 심사위원들은 김성중의 문학이 “때로는 소설이 상실한 이야기의 광활한 영지를 복원하고 때로는 이야기의 환상적 솔기가 실재의 누빔점과 만나는 마법 같은 순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면서 “이러한 특징들이 만개하고 농밀하게 익어 거침없이 들이키기 딱 좋은 상태로 발효한 성과라고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김성중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낸 다음에 오랫동안 꿈속처럼 추운 방을 서성이는 것처럼 불안정했던 마음을 떠올리면서, “작가가 된 지 10년이 조금 넘는 사람의 추위였는데, (이번 수상 소식으로) 온기를 나눠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상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체’가 행간에 배어있는 목소리, 언어화되기 이전에 작가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라는 깨달음을 갖게 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의미있는 수상임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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