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봄날, <꽃신>과 <푸른 씨앗> 출판
벅수골 배우들의 연극 같은 낭독회 가져

 

 

“이 깡패놈아, 네가 감히 동네 술을 발길로 차?”

“뭐라고? 이년이!”

“이놈아, 그 술이 어떤 건지 알고나 있나.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그 술로 우리 동네 사람들이 생일과 장사와 혼례를 치른다.”

격앙된 목소리로 윤부인과 장교가 대사를 읽는다. 6·25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릴 적 친구인 읍장과 중과 퉁수아저씨가 맞이한 슬픈 운명을 그린 김용익 선생의 희곡 ‘동네 술’이 라디오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전혁림 미술관에서 있었던 출판기념 낭독회의 한 장면이다.

통영의 출판사 ‘남해의봄날’은 최근 김용익 선생의 단편집 <꽃신>과 <푸른 씨앗>을 출간했다. 세계적인 작가인데도 김용익 선생은 미국을 무대로 활동한 까닭에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국내에 나온 선생의 책은 이미 절판돼 작품으로 만날 수도 없었다.

반갑게도, 지역문화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남해의봄날에서 김용익 선생의 작품을 예쁘게 새단장해서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25일 저녁,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낭독회를 가진 것이다.

이날 낭독회는 벅수골 배우 7명이 배역을 맡아 했다.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특별한 낭독회다. 눈을 감고 들으면 국군과 공산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읍장과 마음좋은 퉁수아저씨의 갈등이 눈에 보이는 듯 그려졌다.

 

2부에서는 낭독회에 초대받은 독자들이 ‘푸른 씨앗’의 일부분을 낭독했다. 입장할 때 낭독할 부분을 각자 뽑은 관객들은 번호에 따라 맡은 부분을 읽었다.

벅수골의 낭독회에 감동한 덕일까, 벅수골 못지않은 열연을 하는 독자도 있어 출판기념회는 즐거운 잔치자리가 됐다.

이번에 출간한 단편집 <꽃신>에는 ‘뉴요커’, ‘하퍼스 바자’, ‘뉴욕타임스’, ‘마드모아젤’ 같은 해외 유명 매체들이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극찬한 작품 ‘꽃신’을 비롯해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 ‘밤배’, 1976년 최고 미국 단편에 선정된 ‘동네 술’ 등 작가가 미국에서 영어로 발표하고 한국어로 새로 쓴 작품들이다.

 

<푸른 씨앗>에는 3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중 표제가 된 ‘푸른 씨앗’은 파란 눈의 천복이가 잃어버린 황소를 통해 ‘새 눈깔’이라고 놀리던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1966년에 독일 우수도서에 선정되고 덴마크 교과서 수록되는가 하면, 1967년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수여한 청소년명예상을 받은 작품이다.

낭독회 2부에서 읽은 부분은 이 ‘푸른 씨앗’ 중에 통영장날 모습이 생생한 장면이었다.

남해의봄날 장혜원 편집인은 “김용익 선생님의 글은 머물게 되는 문장이 많이 있어, 교정을 보는 게 아니라 감상하면서 편집하게 됐다”며 잊혀진 위대한 작가의 글이 많은 독자를 만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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