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아이쿱생협을 만나다

▲ 왼쪽부터 송원희 이사, 천영화 이사장, 박현경 이사.

 

 

조합원 출자금 5만원, 그리고 매달 내는 조합원 회비 1만원으로 안전한 먹거리가 보장된다면?

깐깐한 소비를 하는 깐깐한 엄마들이 뭉쳤다.

아이쿱 생협의 이야기다.

아이쿱 생협(iCOOP생협)은 우리나라 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중 가장 큰 조직이다. 20년 전인 1998년 처음 창립돼 전국 100여개 조합생협과 193개의 자연드림 매장, 25만 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다.

통영생협도 이 가운데 하나. 2009년 설립돼 지금은 1천40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가입해 있다. 죽림 신도시에는 자연드림 매장을 운영중이다.

“자연드림이 취급하는 상품은 양곡, 축산물, 수산물, 채소·과일,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다양해요. 채소와 과일의 경우, 국산 친환경 농산물만을 취급하고 있어요.”

아이쿱 생협의 마크를 통과한 상품이라도 통영 자연드림 매장에 입점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우선 회원들과 샘플을 점검하고 그 결과에 합격점을 받아야 입점이 가능하다.

사소한 흠도 깐깐한 이사들에게 걸린 이상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 상품을 거르는 시스템이 곳곳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쿱 생협의 회원으로 활동을 하다보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물품을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선 각 마을별로 구성된 마을모임이 있다.

“마을모임 책임자를 저희들은 마을지기라고 불러요. 마을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그리고 끝나면 보고서도 써서 올리죠. 생각에 따라선 고된 일일 수도 있어요.”

마을지기로 활동하다 지금은 이사를 맡고 있는 송원희 씨는 힘들지만 엄마들과의 모임은 재미있는 요소가 더 많다고 말했다.

“물론 활동비가 지급되요. 매달 2만원. 하하”

마을모임은 홍보의 장이기도 하고 지역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다양한 요구사항과 아이디어가 쏟아져요. 작게는 매장에서 파는 물건에 대한 민원에서부터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기획들이 나오죠.”

통영생협 회원 엄마들이 모이는 또 다른 축은 소모임이다.

우크렐라를 배우는 모임,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는 모임, 독서모임,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는 모임 등 형태는 다양하다.

엄마들끼리 모이다보면 육아나 소비 등 공통의 관심사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이웃과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통영생협 회원들이 지역과 이웃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변변한 시민단체 없는 통영에서 다른 지역의 여느 시민단체 못지않은 파급력과 활동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지난 2015년 홍준표 지사시절 무상급식을 지켜내기 위한 통영모임엔 통영생협 회원들이 주축이었다.

평소에도 통영생협 회원들은 어려운 환경의 여학생들에게 1년 동안 쓸 생리대를 선물하기도 하고 지역 장애인을 찾아 유기농 쌀과 라면을 전달하기도 한다. 요즘엔 우리 아이들에게 GMO식품이 아닌 친환경 식자재 사용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집에서 아무리 안전한 먹거리로 요리를 한다 해도 학교에서 질 낮은 급식을 먹는다면 엄마의 노력은 헛것이 된다는 우려에서다.

“저는 2014년에 처음 가입했어요. 마을모임이나 소모임을 하다가 활동가 일도 시작하게 됐죠.”

천영화 이사장은 생협에서의 활동이 자신의 삶에 많은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유명인을 초청해 회원들과 함께 강연을 들을 수도 있구요. 지역 공동체를 위한 행사도 기획할 수 있죠. 이 모든 과정은 이사들과 논의를 거쳐 회원들에게까지 공유됩니다.”

2년의 임기를 채우고 다시 2년을 더 맡게 됐다는 천 이사장은 “앞으로도 회원들의 목소리가 들어간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싶다”며 “건강한 소비 뿐 아니라 지역을 위한 생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