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굴과 섞여 유통… 실익까지 장담 못해

 

 

굴의 식품 안전성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가동되는 패류 정화시스템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지적이다. 

통영시는 굴박신장이 패류정화 시스템을 설치를 원할 경우 국·도비와 시비로 시설비의 80%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 올해 5곳의 박신장이 시설설치를 완료하고 본격 가동하게 된다.

시는 장기적으로 통영의 모든 굴박신장에 패류정화설비가 설치되게끔 해마다 지원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패류정화시설은 대장균과 노로 바이러스가 주로 굴의 내장에 주로 분포한다는 것에 착안한 시설로 굴을 까기 전 살아있는 각굴 상태로 깨끗한 바닷물에 24시간 이상 담궈 놓아 굴 스스로가 체내 오염물질을 배출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박신 전에 굴을 담궈 놓을 수 있는 수조장치와 여기에 깨끗한 해수를 공급할 수 있는 여과 및 정화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패류정화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쌓여있는 실정이다.

우선 정화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2~3명의 추가인력이 박신장의 부담이다.

기존에는 바다 양식장에서 채취한 각굴을 크레인과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곧 바로 박신 테이블에 쏟아 부었지만 패류정화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2일치 작업량의 각굴을 육상수조에 보관하다가 이를 다시 꺼내는 작업이 추가된 만큼, 각굴을 옮기는 데 추가 인력이 필요하게 되고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수조에서 먹이활동 없이 24시간 이상을 거치는 과정에서 알굴의 무게가 줄어드는 현상도 박신 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알굴 상태에서 하루를 두었다가 다음날 경매장에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10%정도 무게가 감소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육상수조를 거치게 되면 이와 같은 정도의 무게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패류정화시설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비용도 증가할 뿐 아니라 수익감소까지 각오해야 하는 실정.

특히 모든 굴이 섞여서 팔려나가는 유통구조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1년에 5~6개씩 정화시설을 단계적으로 설치하는 시의 계획으로는 통영의 모든 박신장에 패류정화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십수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각 박신장에서 생산하는 알굴이 굴수협 경매장을 거치면서 섞여 팔려나갈 수밖에 없는 현재의 유통구조로는 정화시설을 거친 굴과 일반 굴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가 돈들이고 수익까지 손해보며 패류정화시설을 운영하더라도 정작 소비자는 정화시설을 거친 굴과 일반 굴 구분 없이 사먹을 수밖에 없어 실익이 없는 셈이다.
패류정화시설을 설치한 지용주씨는 “날씨가 추워질 때 노로바이러스 등이 발생하곤 하는 예를 보아 내달 부터는 패류정화시설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시행 초기라 그런지 다양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 앞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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