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 前 해양과학대 교수

지구 상의 물은 바닷물(97.33%), 빙하(2.04%), 지하수(0.61%), 호수와 강(0.01%) 그리고 기타(0.01%)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빙하는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을 제외하고 전세계 70만6천㎢(남한 면적의 10배)을 덮고 있다. 얼음 양은 17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점 얇아지거나 녹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가 이 빙하 지역이 티핑 포인트에 도달해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붕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전환적 순간)란 지구온도가 소폭 상승하여 기후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다 한순간에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지구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에서 티핑 포인트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거나 이미 넘어섰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영상 0.1도에서 영하 0.1도로 조금 낮아졌을 뿐인데 액체인 물이 고체인 얼음으로 변한다. 이 때 빙점인 0도가 티핑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태평양, 대서양 등 대부분 바다의 수위가 지금보다 약 66m가량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과학자들이 시뮬레이션해서 만들어낸 사진을 보면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대부분이 물에 잠겨 있다. 서울시의 평균 해발고도가 약 50m이니까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일부 고지대를 제외한 서울시 대부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2월 8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서부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홍수로 200여 명이 실종된 사건도 육지 빙하의 붕괴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캐나다의 북위 50도 지역에서 6월 말 기온이 섭씨 50도까지 올라갔다. 7월 중순엔 서유럽 폭우로 독일, 벨기에에서 사망자가 210명 이상 나왔다. 그 며칠 뒤 중국 정저우에선 1년 치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지하철이 침수됐고 63명이 사망했다. 미국 서부는 7월 내내 극심한 산불에 휩싸였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상기상의 연속이다.

최근 들어 부쩍 기상이변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폭염이니, 폭우, 폭설, 한파, 가뭄 등이다. 웬만한 환경 변동은 지구 전체의 거대한 조절 시스템이 제어해 왔다. 그러나 한계치를 넘으면 그 변화는 폭발 수준에 이르게 되고 그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인간에게 가해진다. 지구온난화는 지나친 환경훼손과 화석연료의 남용 덕분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들은 알면서도 망각의 늪에 빠져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 -참을성이 있는 사람의 분노 폭발에 조심하라- 존 드라이든의 명언이다.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이 인내심 많은 자연도 참을 만큼 참다가 그 한계점을 넘게되면 그 재앙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 자연이 분노하기 전에 소위, 천벌이 내리기 전에 인간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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