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27개에서 47개로, 경남도지정문화재 가능성도 보여

“진짜 수고하셨습니다.”

“통영시 도시계획이나 건설 허가에 유용하게 사용하겠습니다.”

통영시 비지정문화재 현황조사 중간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쩌면 그냥 심상히 지나쳐 갈 수도 있는, 어쩌면 그래서 쉽게 훼손할 수 있는 통영시 문화재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를 맡은 (재)두류문화연구원(원장 최헌섭)은 기존 문화재 GIS인트라넷 시스템에 등록된 비지정문화재 27개소에 대한 조사뿐 아니라 새로 20개소를 추가 발굴해 보고했다. 그 중 서너 곳은 경남도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최헌섭 원장은 “통제영이 갖고 있는 역사 문화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한양까지 이어지는 통영별로의 일부 구간이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점, 적은 비용으로 발굴 복원할 수 있는 사직단이 발견되었다는 점 등 통영시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가치 있는 문화재 복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에 명정동 벅수와 해평열녀 사당도 가치가 큰 것으로 판단했다.

명정동 벅수는 옛 상하망치에 해당하는 명정동 고갯길에 있어 ‘상하망치 벅수’라고도 불린다. 원래 벅수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 입구 등에 세웠는데, 중요한 길목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이 벅수는 통제영이 설치되기 전부터 있던 유적이다. 통제영 설영 초기까지는 원문성 밖 마구촌에서 나룻배를 건너, 소포(작은개) 인근에 도착해서, 명정동 고갯길로 통제영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원문 안에 육로를 낸 다음부터는 나루를 건너지 못하게 했다.

사람들의 걸음이 한가해진 다음에도 고갯길을 지키고 있던 이 벅수 한 쌍은 1970년 경 도로 확장공사 때 매몰됐고, 1993년 다시 발굴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기의 머리 부분이 손상돼, 최근 복원하면서 새로운 벅수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새로 만든 각시 벅수는 재질과 모양, 크기 등이 원래 벅수와 많이 달라 아쉬움을 주고 있다. 김미옥 의원은 “비지정문화재이기 때문에 고증 없이 만들기 쉬웠을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빨리 전수조사와 문화재 지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평열녀 사당도 고증 없는 어설픈 복원으로 가치가 훼손된 경우다. 해평열녀는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조난된 남편을 찾아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3일 만에 남편의 시체를 안고 물 위에 떠올랐다고 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열녀의 원혼을 달래고 그녀의 정절을 기리기 위해 해평열녀사당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과장된 초상이 그려져 오히려 물의를 빚고 있다.

GIS에 등록된 비지정문화재는 무전동 말구리 비석군, 정량동 당산, 문화동 수항루, 운주당, 주전소 등 27곳이며, 이번에 신규 발견한 비지정문화재는 무전동 거제해미당과 비석군, 정량동 약새미와 이응서불망비, 장대샘, 태평동 안새미, 주전골 새미, 간창골 새미, 봉평동 인간문화재 비석군과 해평열녀사 등 20곳이다.

최헌섭 원장은 이런 비지정문화재를 찾는 데 통영길문화연대 김용재 대표, 통영인뉴스 김상현 대표 등 현지 활동가들의 도움이 컸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번 전수조사의 숨은 공로자인 김미옥 의원은 “읍면지역이나 섬에서 더 가치 있는 유적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번 전수조사가 읍면지역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헌섭 원장은 "읍면 지역에는 통제영 이전의 문화재가 더 있을 수 있다."면서 읍면지역 확대조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 문화예술과장은 "앞으로 비지정 문화재에도 더 관심을 가져, 도 문화재 지정이 될 수 있도록 추후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통영시의 비지정 문화재 현황조사는 2004년 ‘통영시 문화유적 분포지도’ 발간 이후 17년 만의 조사다. 동(洞) 지역만을 대상으로 20건의 신규 발굴이 이루어진 만큼, 앞으로 읍면과 도서지역으로 확대하면 추가 발굴이 기대된다.

 
최헌섭 (재)두류문화연구원장
목이 잘린 원래 각시벅수(왼쪽 뒤)가 울타리 밖에서, 수백 년 세월 함께해온 신랑벅수(오른쪽)와 새로 만들어놓은 새각시벅수를 바라보고 있다.
통제영길 인근에 있는 말구리 비석군.
해평열녀사당은 경남도 문화재나 민속자료로 등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새로 발굴된 통제영 사직단 터는 경남도 문화재 지정이 가장 유력하다.
통영시(읍·면 제외)비지정문화재 현황(47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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