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꽃잎 사이로 가지는 물러나고
보라빛 요정들 데려 노는 화원에
모난 데가 하나 없는 줄기 끝에 매단 망울
콕, 쪽빛을 찍었구나

품어서 머금은 알알이 이슬
나란히 마주 하고 기댄 날
보여주는 입 속이 서럽도록 맑은 빛깔
아린 만큼 벌어지는 꽃잎이구나

축포를 엮어가는 여린 줄기에
멍든 바람 같은 날이 많아
설령 주저앉아 울더라도
조색의 시간은 엄숙하다

좁은 틈에 다져 넣어
남김없이 터뜨리는 희열
그것만 기억하는 뜨거운 여름이기를
바다를 지나온 바람마저 뜨거워도
도망가지 말아야지

안녕, 정다운 여름


* 발렌타인자스민 : 유통명으로 불리는 발렌타인자스민은 브라질이 원산지로 초코향이 나서 초코자스민라고도 한다.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고, 향기가 좋은 꽃에 “자스민”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정식 이름은 듀란타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빠짐없이 15개월간 꽃시 연재를 하였습니다. 연재를 하는 동안 더없이 행복하였고, 주신 사랑과 성원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꽃 같은 삶을 사는 모든 분들의 일상이 더 향기롭기를 기원드립니다.
-정소란 올림-

정소란 시인 (1970년 통영출생)
-2003년 월간 ‘조선문학’ 등단
-2019년 시집 (달을 품다) 출간
현재 시인의꽃집 운영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