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얕은 시내에 맨발로 걸어가다
맑게 붙잡아 돌아보게 하는
궁중의 뒤뜰로 소풍 나온 아이처럼
결이 고운 꽃 무더기

천상의 바람이 뿌려놓은 얼굴
아이야
열 달을 품던 날이 날아갈 듯 향기롭다

겹이 얇은 꽃잎 같아 가슴은 벅찼지만
고요한 태동으로 기다린 가을 볕
높아진 하늘 몇 숨 흰 바람 몇 줄기
마시다가 뱉다가
붉게 붉게 힘겹던 날
꽃으로 피던 아이

먼데서 안겨와 요람에서 방긋 웃고
말초마다 향을 내는
곤한 잠 속 배냇짓
배꽃 같은 항아姮娥야
어리석은 내 문장에
시詩를 놓고 웃는 아이


* 애기범부채 : 청초, 여전히 당신을 기다립니다란 아름다운 꽃말을 가진, 붓꽃과에 속하는 다년생초화다. 7~8월에 주홍색 꽃이 화려한 여름 꽃으로 딸 은수의 태몽꽃이다.

정소란(시인)

정소란 시인 (1970년 통영출생)
-2003년 월간 ‘조선문학’ 등단
-2019년 시집 (달을 품다) 출간
현재 시인의꽃집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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