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前 경상국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성낙주 前 경상국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까마귀를 잡는 도적

애주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술안주는 단연 마른 오징어일 것이다.

오징어는 세계적으로 무려 450여 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는 오징어는 등쪽에 갑(뼈)이 있는 참오징어과, 대형의 날개오징어과, 몸통 좌우에 둥근 지느러미가 있는 둥근 귀꼴뚜기과, 작고 흰색을 띤 꼴뚜기과, 주로 마른 오징어로 가공하는 살오징어과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수산건제품의 일종인 마른 오징어는 살오징어를 가공한 것이다. 근년에는 너무 질기고 딱딱하여 마른 오징어의 조직감을 개선하기 위하여 완전 건조가 아닌 덜 건조한 상태에서 유통되는 피데기 형태의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여행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징어도 바로 이 제품이다.

오징어라는 이름은 오적(烏賊)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날아가던 까마귀가 물위에 떠 있는 오징어를 보고, 죽은 줄 알고 잡아먹으려고 접근하는 것을 오징어가 순식간에 까마귀를 낚아채서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먹어 치운다 하여 ‘까마귀를 잡는 도적’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남월지(南越誌)’, ‘동의보감’)

오징어, 정체를 밝혀라

오징어는 형태도 참 흥미롭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머리에 다리가 붙어 있다. 그래서 오징어를 두족류(頭足類)라 한다. 오징어의 다리 부분을 후미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동 방향은 다리가 앞쪽이고 지느러미가 있는 곳이 뒤쪽이다. 그래서 오징어가 움직이는 방향을 보면 마치 거꾸로 헤엄치는 것처럼 보인다.

오징어는 아주 자유롭게 헤엄을 치며,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의 색깔을 바꾸는 변장술이 뛰어난 동물이다. 또한 적이 공격해 올 때는 보호색으로 적의 눈을 속이다가 통하지 않으면 먹물 폭탄을 쏟아내기도 한다.

오징어의 먹물은 일정시간 덩어리로 존재하다가 공격해오는 물체에 닿으면 순식간에 분사되어 시야를 흐리게 하고 후각을 교란시켜 적을 피하곤 한다. 큰 오징어 한 마리가 먹물을 5초정도 분사하면 5.5kg의 해수를 물들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놈이다.

이처럼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쏟아내는 먹물에는 주성분인 멜라닌 색소와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다. 이 먹물에 항암작용, 항균작용 등의 생리기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오징어 먹물을 첨가한 피자, 스파게티 및 빵 등이 인기식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오징어는 수분(약 77.5%)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단백질(약 20%)이다. 건조오징어는 쇠고기에 비해 3배나 많은 양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물론 지질(약 1.3%)과 회분(약 1.7%)도 함유돼 있다.

오징어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은 곡류에서 부족되기 쉬운 라이신(lysine)과 트레오닌(threonine)의 함량이 많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영양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오징어는 인산의 함량이 많은 산성식품이어서,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위산과다증 혹은 위궤양 환자는 삼가는 것이 좋다. 위장 질환이 없는 사람도 오징어를 먹을 때 채소를 곁들이면 건강에 이롭다.

오징어, 오명을 벗다

한때 오징어는 콜레스테롤이 많다 하여 생활습관병이 걱정되는 사람들은 먹고 싶어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근간에 과학기술의 발달로 오징어에 들어 있는 타우린(taurine)이라는 아미노산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오징어에는 타우린이 무려 400mg%로 일반 어류에 비해 월등히 많다. 타우린은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으로 고혈압, 동맥경화에 좋고, 심장병, 당뇨병 및 시력감퇴 등의 질환에도 그 효능이 밝혀지고 있어 오징어 신분이 크게 격상되고 있다.

오징어의 신분을 상승시킨 또 다른 성분은 건강에 좋은 다가불포화지방산이 전체 지방산의 약 61.7%로써 다른 수산물에 비해 지방산 조성이 우수하다. 특히 몸에 유익한 지방산인 EPA(eicosapentaenoic acid) 및 DHA(docosahexaenoic acid) 등과 같은 ω-3계 다가불포화지방산의 조성비가 56.9%로 높아 혈소판 응집 억제작용,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학습효과 증대, 항알러지 및 항암 효과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필자가 어릴 때 입맛이 떨어지면 어른들이 ‘오징어 반찬을 먹어라! 그러면 입맛이 돌아온다’고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과학적인 처방이었다 싶다.

우리 몸에 아연이 부족하면 미각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성장이 부진하고 피부가 거칠어진다. 오징어에는 굴, 게 등과 더불어 아연이 풍부한 식품이다.

만약 미각 장애가 의심되면 손톱을 직접 관찰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손톱이 핑크색을 띠고 초승달 모양의 윗부분이 흰색이면 정상이나, 흰 부분에 반점이 생기면 아연이 결핍된 상태이다.

이런 사람들은 아연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면 손톱의 반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입맛도 좋아진다. 우리가 쉽게 만나는 오징어에 이런 효능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 참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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