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경남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정동영 경남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통영의 여름은 바다로 시작해 축제로 끝난다. 비진도를 비롯한 관내 해수욕장의 개장과 함께 본격적인 통영의 여름이 시작되고 광복절 전후의 한산대첩제로 통영의 여름이 마무리 된다는 뜻이다. 특히나 이번에 미륵도와 한산도를 연결하는 한산대첩교의 개설이 예정되어 있어 올해 여름은 보다 각별하게 다가온다. 필자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추어 한산도에 있는 제승당의 입장료를 폐지하는 조례를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이제 보다 가까워진 한산도의 거리만큼 이순신 장군의 정신도 우리들 마음에 각인되길 바라며 장군의 리더십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우선 대의(大義)를 향한 끝없는 자기헌신과 높은 도덕성이다.

장군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였고, 특히 자신의 아들이 전사하는 비극 속에서도 마음의 동요 됨 없이 전투를 지휘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또한 뇌물이 횡행하는 혼탁한 조정의 상황에서도 한 치의 부정도 용납하지 않는 높은 도덕성으로 부하들의 자발적인 충성심을 이끌어 내었다. 이러한 장군의 고매한 정신이 평생토록 일관되었으니 어찌 노량해전의 전사가 우연이라 하겠는가? 실로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는 바가 어려운 것이 바로 장군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자세다.

동서분당으로 국론이 분열되었던 조선의 상황과 달리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백여 년 간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끝내고 열도를 통일했다. 이러한 당시 상황에서 장군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리라는 예측을 하고 전라좌수사 때부터 거북선을 만들고 수군을 훈련시켜 철저한 방비(防備)를 구축해 놓았다. 그 결과 45번의 싸움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불패의 신화를 써 내려갔을 뿐만 아니라 백척간두에서 위태로웠던 조국을 지켜냄으로써 구국의 영웅이 되었다. 즉, 장군의 예리한 분석력을 통한 미래 예측과 부단한 성실함에 기인한 철저한 준비성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절망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신념과 한결같은 애민정신이다.

잘 아시다시피 장군은 간신들의 모함과 선조(宣祖)의 오판으로 백의종군의 치욕을 감내하면서도 끝까지 전쟁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특히나 관리의 신분으로 백성들을 수탈의 대상이 아닌 긍휼(矜恤)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백성들과 동고동락하였다. 칠천량 해전의 참패에서 조선 수군이 거의 와해된 지경에서도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다며 불굴의 의지로 명량대첩의 쾌거를 이룬 바나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백성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가슴으로 아파한 난중일기의 기록들은 장군의 올곧은 신념과 일관된 애민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우리 통영은 단순히 장군의 유적이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장군의 숭고한 정신이 시민들 가슴 속에 살아 숨 쉬는 이순신 정신의 본향이다. 이러한 통영에서 시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무원들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라고 생각된다. 입으로는 공익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사익에 골몰한 빙공영사(憑公營私)의 행태는 없었는지, 미래를 예측해 더 나은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당장의 달콤한 이익이 주는 편안함을 추구하지는 않았는지,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보다는 적당한 타협으로 자기 합리화의 면죄부를 주지는 않았는지, 시민들의 애환과 아픔은 뒤로 한채 자기 살길을 찾아 떠낫다가 선거 때가 되면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었는지, 정정당당하게 실력과 민심으로 페어플레이 하지 않고 상대방을 음해하고 비방하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이러한 것들은 아마 시민들께서는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된다. 적어도 시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무원들이 자신의 작은 행동조차도 시민 모두의 행동으로 의제된다는 책임감을 가진다면 어찌 이런 일들이 생길 수가 있겠는가?

내년은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은 물론 지역의 일꾼인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중요한 해이다.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기 위해 많은 후보자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돌무더기 속에서 보석을 골라내듯 현명하신 국민들께서는 좋은 후보를 선택하시리라 믿는다. 깊어가는 통영의 여름밤에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계승할 많은 선량(選良)들을 기대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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