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번지기 전까지
재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비는
아직도 바라보고 있다
하얗게 물들어 가는 시간

숨결보다 고요하기를
물결은 몇 밤을 머물자고 애원한다
감싼 결을 열어 줄때까지
까만 밤 한 채 펼쳐놓고
하얗게 열어주는 그 속
어디부터 안아야 하는지

접힌 잎 사이로 꽃대 솟는 소리
연지에 흥건히 고이고
기어이 고절한 잎이 열리면
하얀 절벽 속으로 처연히 내리는 비처럼

터질 듯이 기다리던 그
썼다 고쳐 지우던
흔들리는 시를 안고
백련 늪 속으로 간다


* 연꽃 : 고대 인도에서는 연꽃을 다산(多産), 힘과 생명의 창조를 나타냈다. 풍요와 장수, 명예, 영원불사의 상징으로 삼았다. 주돈이周敦頤는 애련설愛蓮說에서 화중군자花中君子라 할 만큼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도 깨끗하여,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의 꽃으로 표현하였다.

정소란(시인)

정소란 시인 (1970년 통영출생)
-2003년 월간 ‘조선문학’ 등단
-2019년 시집 (달을 품다) 출간
현재 시인의꽃집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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