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 前 해양과학대 교수

박병수 前 해양과학대 교수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는 일본과 파푸아뉴기니 사이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Challenger Deep)으로 그 깊이는 최대 10,984m (비공식 11,034m)이다.

지난 3월 심해탐험가 빅터 베스코보는 마리아나 해구에서 수심 10,927m를 잠수했다. 인간이 도달한 가장 깊은 곳이다.

탐사대는 이 곳의 바닥에서 비닐봉지, 제품 포장지를 포함해 셔츠, 바지, 곰인형 등 수많은 쓰레기가 분해되지 않은 채 떠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마치 수퍼마켓에 온 것 같았다”고 했다. 쓰레기가 지구전체를 점령해 버렸다. 쓰레기 중에서 썩지않고 분해되는데 장시간이 걸리는 플라스틱 제품이 특히 문제가 된다. 햇빛과 산소가 부족한 해저와 같은 환경에서는 플라스틱과 같은 물질은 사실상 분해되지 않는다.

몇 년전에 공개된 코스타리카 바다거북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얼굴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피를 흘리는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해양 동물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기 쉬운데 개개인의 일상생활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고 버린 물과 함께 흘러나온 미세플라스틱은 입자가 작아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강으로 빠져나가 바다로 흘러간다.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쓰레기가 되어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바다를 돌아다니며 바다 생태계, 우리의 삶까지 위협한다. 세계 자연 기금(WWF)에 따르면, 여전히 해마다 8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며, 플랑크톤, 갑각류, 어류를 거쳐 인간이 섭취하게 된다. 사람이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약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마다 바닷새 5,000여 마리와 바다 포유류 500여 마리를 죽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만큼 위험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채 소리 없이 해양을 오염시키고 결과적으로 사람 몸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게 미세 플라스틱이다. 그래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양으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96%가 육상에서 발생한다. 눈에 바로 보이는 미세먼지는 예보까지 하면서 극도로 주의하지만,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전혀 개의치않고 무분별하게 버리고 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다시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과 폐기에 자성과 경각심이 필요하다. 비닐봉지에 이렇게 써놓으면 어떨까?

‘이 봉지를 함부로 버리면 언젠가 당신의 입으로 들어갑니다.’

코스타리카 바다거북 얼굴에 꽂힌 플라스틱 빨대를 집게로 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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