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에서 더 고단하였지
더운 숨을 뱉을 수 있게
밀어내는 땅이 고맙던 뿌리

압지壓紙1)가 필요한 습한 지층에
흐느적거리는 여린 뿌리에
깊은 흙 켜켜이 넣어두는 안부

독이 빠진 초여름 바람이
못내 운다, 미처 알지 못한
축축한 속내로 헤맸을 생장지生長地에
선하게 불다 머물면

향낭 터진 응답으로 시작하는 삶
위태롭게 흔들려도 살아가야지
기어이 전해주는
이진二眞의 속치마처럼
살결이 붉어가던 삶은 아마도
무구無垢한 꽃색처럼 숱하다

한동안 더 맑을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하는 기도
위기로 접어 둔 삶이 시작되었다


* 나도사프란 : 수선화과이며 원산지는 멕시코다. 여름에 분홍꽃으로 피는데 사프란과 비슷해서 나도사프란이라고 한다. 알뿌리로 번식하는 나도사프란은 햇볕과 통기성이 좋아야 하며, 꽃말은 지나간 행복이다.

1)제2의 황진이

정소란(시인)

정소란 시인 (1970년 통영출생)
-2003년 월간 ‘조선문학’ 등단
-2019년 시집 (달을 품다) 출간
현재 시인의꽃집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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