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손녀가 태어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출산 소식, 그것도 자연 분만으로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아들로부터 왔다. 전화기를 며느리로 연결하길 재촉하였고, 수고하고 애쓴 며느리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였다. 손녀는 그렇게 우리들의 품으로 왔다. 여아가 귀한 우리 가문에서의 기쁜 소식을 형님과 누님을 비롯한 친지들에게도 전하였다. 그리고 포대기에 싸인 갓 태어난 아기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며느리는 아기가 모유를 잘 먹는다는 소식도 주었다. 온 힘을 다하여 엄마의 젖을 먹는 손녀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하였다. 매일같이 보내주는 사진 및 영상은 온 가족들의 화젯거리였다. 손발도 큼직하고 얼굴도 휴대폰 화면에 가득하여 이미 큰 아이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손녀와의 눈맞춤은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눈망울이 맑고 크고 손발도 제법 컸다. 그러나 아직은 여리고 안아 보기도 조심스러운 아기였다. 사진으로 본 손녀는 큰 아이 같았으나, 막상 직접 만나니 사랑스러운 작은 어린 아기였다. 온갖 어린이용품이 집에 들어왔다. 손에 잡힌 장난감은 모두 입으로 가져갔다. 잡히는 것을 입으로 확인하는 본능이 작동되는 것이다. 그리고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눈망울을 연신 움직였다. 힘들어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그것조차도 귀여워하였다. 그리고 배를 바닥에 붙이고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엄청난 노력의 결과이다. 우리는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였고 아기의 성장 노력은 계속되었다. 안간힘을 쓰면서 몸을 일으키듯 하다가 돌아눕는 뒤집기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성장의 기초단계를 진행하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었다. 편안한 먹거리였던 엄마젖의 시간은 이미 지났고, 우유에서 이제는 우유와 이유식의 혼합형으로 바뀌었다. 아기는 새로운 식문화에도 적응을 잘하였다. 주식이 바뀌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 아닌가? 그러나 그것도 잘 버티면서 때론 환한 웃음도 보여 온 가족에게 행복을 안겨준다. 자신의 노력이 가족들에게 큰 행복을 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백일 사진을 찍는 사진관에서는 이부자리에 기대어 앉혀 의젓한 모습까지 연출하였다. 간신히 앉는 그 자리의 불안함도 부모에 대한 믿음으로 견디어 내었다. 드디어 자기 손으로 젖병을 들기도 하고, 한번 씩 혼자 앉은 모습도 보여 주기도 하였다. 엄마 뱃속에서의 편안함을 지나 이 세상의 온갖 주문을 이겨내면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이 세상으로 나아가는 절차임을 아기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끝없는 도전으로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생명의 잉태, 탄생 그리고 성장의 단계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기도하고 소원하여 받은 고귀한 생명이다. 힘든 과정을 하나씩 배우고 익히며 성장의 절차를 밟고 있다. 훗날 삶의 파고를 넘는 지혜도 지금 배우고 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지금의 노력 그리고 이루어가는 성취의 기쁨을 늘 간직하고 세상의 아름다운 사람으로 나아가길 기도한다. 이 세상의 모든 아기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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