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서 있는 그대로
돌아서 가도 좋은데
가다가 보고 싶을 때면 
나눠 마시던 갓 볶은 원두의 
구수한 맛을 잊을 수 없거든
햇살 번지기 시작하는 정오쯤에 
다시 돌아오겠니

긴긴 봄날이 머물다 늘어져 버린 여기가 
돌아서 간사람 기다리기에 
온도가 좋은 곳
한가한 바람도 나뭇잎을 흔들고 
좀처럼 비워지지 않는 생각도
나풀나풀 흔들고 날아가는 것이
여기는 달 뜬 날에도 좋을 것 같아

미성으로 속살거린 산새도 깃들고
선 고운 산마루에 달이 안기면
귀애하던 당부가 생각나겠지
그럴 때면 가던 길 돌아와도 좋아
잔기침 소리도 꽃잎 그늘에 숨길테니

울음 찬 얼굴로 눈 밑이 젖는 날
햇살도 달빛도 평이한 
꽃잎 발갛게 물든 뜨락에 
날리는 바람으로 와도 좋아


 *패랭이 : 여러 종류 중에 “사철패랭이”는 연중 꽃이 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도코나쓰(常夏)라고 하는 꽃으로 “항상 여름”이라는 뜻의 이 꽃을 직접 보고 싶다. 의협심, 순결한사랑, 재능, 거절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으며, 꽃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부터 한 여름까지 피는 패랭이는 건조하고 모래가 많이 섞인 곳에서 잘 자란다.

정소란(시인)

정소란 시인 (1970년 통영출생)
-2003년 월간 ‘조선문학’ 등단
-2019년 시집 (달을 품다) 출간
현재 시인의꽃집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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