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강석주 통영시장과 정점식 국회의원, (아래) 정동영 도의원과 강근식 도의원.

무분별 국도비 공모사업 신청 시비 부담 높아져
저조한 국도비 확보, 국회의원과 도의원도 책임
5개 목적사업 기금 폐지에 따른 대안 마련해야

통영시가 재정위기라며 각종 기금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재정 운용 및 건전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시는 어촌뉴딜300 사업 등 각종 국.도비 사업에 올해 시비 부담분 약 200억 원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부족한 시비는 양성평등기금과 관광진흥기금 등 5개 기금을 폐지해 약 103억 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인재육성기금 130억 원에서 빌리는 방식으로 모두 233억 원을 일반회계로 넘겨 사업비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예산 부족으로 긴급 재난 발생에 대비해 편성하는 예비비에서 100억 원을 일반회계로 지출했다. 이로 인해 올해는 40억 원만 편성했고, 이미 지출액을 제외한 30억 원에 못 미치는 예비비만 남아 올해 여름철 태풍 등 재난재해에 대비한 긴급 자금마저 부족한 상태다.

지난 6일 시로부터 이런 계획을 보고받은 통영시의회는 대책 없는 기금 소진 보다는 대형사업의 시기 조절론과 무조건 동의하는 의원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통영시 입장>

시는 국도비 사업 추진에 부족한 시비(매칭사업비) 마련 방안으로 현재 법정재량 기금 3개 중 2개 폐지와 자체기금 4개 중 3개 등 모두 5개의 기금조례를 폐지해 적립돼 있는 약 103억 원의 기금을 일반회계 사업비로 편입시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폐지하려는 기금은 ▲저소득주민생활안정기금(18억5천여만원) ▲노인복지기금(8억3천여만원) ▲양성평등기금(10억4천여만원) ▲관광진흥기금(56억8천여만원) ▲중소기업육성기금(9억7천여만원) 등 5개 기금이다.

기금 폐지 이유로 지난해 행안부의 기금운용 성과 분석 결과 통영시는 최하위 그룹으로 평가되어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의 기금 정비 방향은 기금의 활용도와 건전성을 높이고, 일반예산으로 대체 가능한 사업은 전환하는 등 기금 운용을 혁신하라는 지침이다.

지침에 따른 정비대상 기금으로는 △일반회계 사업으로 전환 가능한 기금 △타회계 의존율이 과다한 기금 △기금운용 기간 중 사업이 전무한 적립성 기금 △최근 사업을 실시하지 않았거나 사업실적이 저조한 기금 등이다.

그러나 행안부의 지침은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정 확대 지출에 무게가 실려 있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어, 지방정부의 지출 가능한 재원을 찾아내어 최대한 지출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통영시는 장기 재정운용 계획과 정부의 재정 지출 독려 사이에서 관료적 고민에 빠져있다. 행안부의 지침을 따라야 각종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시정 성과로 시민들에게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지침에 곤혹스런 시의 입장이다.

그동안 통영시는 여러 민선 시장을 거치는 동안 200억 원 안팎의 재정 부족은 대형 연차사업의 연기와 조정 등을 통해 문제없이 해결해왔다. 오히려 시장의 공약사업 욕심에 따라 재정파탄 운운 등 재정 위기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영시의회 입장>

통영시의회 의원들은 200억 원 정도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뚜렷한 목적을 가진 기금까지 없애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대형 사업의 조정으로 충분한데도 지나치게 재정위기론을 부추긴다는 반박이다.

대형사업 우선 조정에 무게를 둔 국민의 힘 소속 김미옥, 문성덕, 배도수, 유정철 의원 등이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미래 관광분야 투자를 목적으로 관광공사 이익배당금을 적립해온 관광진흥기금 56억 원에 대해서는 반발이 컸다. 그동안 시가 관광공사로부터 매년 케이블카 이익배당금 100%를 일반회계로 편성해 전액 지출하던 것을, 김미옥 의원의 제안으로 조례 제정을 통해 매년 이익배당금 50%를 기금으로 적립해왔다.

관광진흥기금의 적립 목적은 일정액이 적립되면 통영시 관광분야 투자로 재정수익을 얻자는 취지였다.

김미옥 의원은 “통영관광에 꼭 필요한 관광사업을 찾아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때 시비 매칭사업비로 사용하는 등 관광분야로 한정해 기금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란 목돈을 만들기는 어려워도 하루아침에 써버리기는 쉽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냉정한 재정운영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문성덕 의원도 “재정 부족을 말하면서 매년 막대한 시설운영비가 들어가는 불필요한 사업부터 줄이는 게 순서다.”며 “국도비 보조사업에 시비를 70%까지 부담하는 등 문제성 사업부터 정리가 필요하다.”고 재정운용 형태를 꼬집었다.

민주당의 배윤주, 김용안 의원 등은 “경제가 어려운 지금이 관광진흥기금을 사용할 때다.”며 집행부를 적극 옹호했다. 최근 무소속이 된 전병일 의원도 “집행부를 도와주는 것도 시의원 역할이다.”고 거들었다.

<통영시 재정운용 개선해야>

통영시 재정위기가 사실이라면 강석주 시장과 13명 시의원들은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공약사업과 시의원들의 지역구사업을 위해 매년 유지관리비가 막대하게 들어가는 여러 사업들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전병일 의원은 시장과 시의원들 간의 예산 낭비성 관행에 대해 지적했다.

시의 이번 기금 폐지 추진을 계기로 재정운용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우선 시가 조례까지 폐지하려는 기금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관심 없는 소수 약자를 위한 사업들이다. 기금 이자수익으로 집행되는 예산도 부족한 실정에 조례까지 없애면서 보완장치는 관심도 없다. 시장의 약속이나 말이 대책이 될 순 없다.

재정운용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시 내부와 의회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시비 부담 등 사업의 효용성과 우선 순위 등 사전 철저한 분석 없이 무분별한 국도비 공모사업 신청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특히 대형 사업에 필요한 국도비 확보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대형 국비 사업의 신청 전 시장과 국회의원의 조율이 없고, 이런 결과로 저조한 국비 확보에 따른 사업의 차질을 빚거나 시비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내년 3월 개막 예정인 트리엔날레(도비 32억, 시비 48억)는 당초 계획과 달리 국비를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고, 죽림종합문화센터 역시 도비 확보 차질로 시비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정점식 국회의원과 도의원들 또한 저조한 국도비 확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통영시 재정위기가 사실이라면 먼저 재정운용의 적절성 분석과 개선책이 필요하다.

시민들은 통영시 재정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예산 편성은 적절한지, 어떤 사업을 조정할지, 저조한 국도비 확보 이유는 무엇인지 등 자세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전임 시장 시절 재정파탄 운운하며 공포감을 조성한 뒤 죽림지역 시유지 매각대금 수백억 원을 일반회계로 편성해 쓰임새도 알 수 없게 지출한 사례가 있다. 부족한 공공부지만 없애버린 대표적 재정운용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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