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우리 형제뿐만 아니라 일가친척, 심지어 동네 아이들의 이름도 아버님이 지어주었다. 나는 아버님이 지어주신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있으며, 이름으로 인하여 좋은 일도 있고 곤혹스러운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한식이~~ 두식이~~ 삼식이~~’ 등으로 나를 놀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아버님이 주신 이름을 숙명으로 생각하고 지냈다. 친구들 중에는 제법 근사한 이름도 있었고, 이름 때문에 별명이 붙여져 놀림을 당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지인들 중에는 아버님이 지어준 이름이 좋지 못하다고 개명을 하였다가 훗날에 다시 원래의 이름으로 되돌린 경우도 있었다. 나의 첫째 아들도 아버님 생전이라 손수 이름을 지어 주셨다. 나는 컴퓨터 시대가 되면서 ID 또는 닉네임도 만들어야 하는데, 마땅한 닉네임이 생각나지 않아서 늘 영문 이름을 닉네임으로 사용하였고 별 특징이 없었다.

‘강남 스타일’을 부른 가수 싸이와 ‘다이나마이트’를 부른 방탄소년단 등의 우리나라 가수들이 세계인을 사로잡았고 이를 K팝이라고 한다. 이제 세계 사람들은 K팝을 아는 정도를 넘어 열광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위상을 급상승시켰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을 K방역이라고 말하고,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식품인 K푸드도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연구진은 K푸드의 대명사인 김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 시 이용하는 수용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연간 누계 기준 K푸드인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7.7% 증가한 75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하는 등, K푸드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K팝, K방역, K패션, K교육 그리고 K푸드 등 바야흐로 세계는 'K'(Korean)에 주목하고 있다.

생각하여 보니, K푸드는 ‘Korean Food’의 약어로 번역하면 ‘한식’이 된다. 나의 이름 한식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 문화인 한식과 한글 문자와 발음이 같다. 양식이 아닌 한식이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식 문화이다. K푸드는 확실하게 나의 이름인 한식을 표기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할 나의 닉네임으로 ‘K푸드’를 정할 수 있다. 괜찮은 닉네임 아닌가? 아버님은 K푸드까지 생각하여 나의 이름을 지은 것은 아닐 것인데, 사이버 시대에 꼭 맞는 닉네임으로 완벽하지 않는가? K푸드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한국인으로서의 나를 표시하고 또한 해석하면서 우리나라의 한식 문화에 대한 설명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면서 닉네임에서 K푸드까지 확장하여 나가면 재미도 더하고 우리나라 식품의 우수성도 알릴 수 있을 것 같다. 진작 나의 이름 속의 K푸드를 발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나의 이름을 이 시대에도 맞게 지어주신 아버님의 혜안에 감사드린다. 이제 부터라도 나의 닉네임으로 ‘K푸드’를 잘 사용하여 삶의 멋과 재미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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