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희 통영 아이쿱(iCOOP)생협 이사장

코로나19가 생활패턴을 가정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었다. 5인 이상 사적모임이 제한되고,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정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러자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홈인테리어나 가족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영 아이쿱 생협도 코로나로 인해 성장하고 있는 조합 중 하나다. 면역력과 건강이 화두가 되다보니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순증회원이 10명 남짓이었는데, 연말에 1년 회원을 정리해 보니 모두 81명이 순증됐어요. 하반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거지요.”

통영 아이쿱 생협 장은희(43) 이사장의 말이다. 아이쿱처럼 수시로 회원 가입과 탈퇴가 가능한 조직에서는 ‘순증’이라는 말을 쓴다. 몇 사람 빠지고 몇 사람이 더해져서 결과적으로 늘어난 회원이 지난해 81명이라는 말이다.

“올해도 꾸준히 회원이 늘고 있어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아이쿱 생협은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이다. 소비자들이 협동조합 형태를 이루어 생산과 유통을 관리한다. 전국에 100여 개, 서부경남에는 4개의 지역 조직이 있는데, 그중 통영 아이쿱 생협은 조합원의 단합이 잘 돼 있는 조합으로 소문나 있다. 1월 기준 조합원은 1천570여 명이다.

“저희 조합은 통영 내 시민단체 중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단체입니다. 주로 3~40대 주부들이 활동을 하고 있지요.”

3~40대 주부는 어린 아이들을 키우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연령이다. 전국의 아이쿱 생협 회원들은 대부분 아기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좋은 친환경 먹거리를 찾다가 조합원이 된다. 통영에서도 아이쿱 생협이 운영하는 ‘자연드림’ 매장을 중심으로 조합원이 많기 때문에 죽림 지역 주부들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한다.

“저도 큰아이가 5살 정도 됐을 때, 조합원이 됐어요. 어떤 분이 친환경 먹거리를 선물해 주셨죠. 알고 보니 당시 이사님이셨어요.”

장은희 이사장은 결혼하고 1년 돼서 통영 사람인 남편과 함께 통영에 내려왔다. 2009년이었다. 아기에게 유기농 음식을 주고 싶은 엄마 마음으로 아이쿱 생협의 조합원이 됐다.

그때 그 아들이 지금은 6학년이 됐다. 그 사이 장 이사장도 점점 생협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히 환경운동에도 목소리를 내게 돼요. 농약을 쓰지 않고 건강한 방법으로 재배한 재료라야 건강한 먹거리가 되잖아요. 또 혼자 활동하지 않고 자꾸 다른 사람에게 알리게 돼요. 혼자 유기농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도 옆의 논에서 농약이 흘러오면 유기농이 될 수 없잖아요.”

같은 태양 아래 같은 물을 먹고 같은 바람을 맞고 사는 한 지구는 한 마을이다. 중국의 황사가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아마존의 숲이 사라지는 게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실마리로 해서 환경과 세계에 까지 생각이 넓어지는 이런 사고의 확장은 아이쿱 생협의 성장 과정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공동구매로 시작했어요. 친환경 농산물을 같이 구매하는 유통이 시작이었지요. 그러나 몇 번의 사건을 겪으면서 ‘생산자를 믿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지요. 조합원이 원하는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생산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또 농축산물뿐 아니라 공방과 연결해 좋은 물건까지 생산 유통하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일자리 창출까지 되면서 오늘의 생협에 이르게 됐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 유통하는 생협이 ‘자연드림’이라는 브랜드를 갖게 된 경위다. 현재 조합원들은 지역의 거점이 된 자연드림 매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많은 조합원들이 자연드림의 제품을 ‘회원가’에 살 수 있다는 매력에 월1만원의 회비를 기꺼이 낸다.

“일반 가격만 보면 저희 제품이 조금 비싸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같은 사양의 제품을 비교하면 오히려 저희 제품이 저렴해요. 직원과 재설비를 위해 어느 정도 마진을 붙이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믿으니까요.”

이런 믿음은 소비자가 직접 생산과 유통을 감시하는 협동조합의 특성에서 나온다. 장은희 이사장도 생협의 마인드와 브랜드 가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이사가 되고, 2020년 선출에 의해 이사장까지 되었다.

올해는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이사장들이 모인 힐링연합회의 이사로도 선출됐다. 13개 권역에 한 명씩인 이사가 통영에서 나온 것이다.

“아무래도 통영 소비자의 말이 더 잘 들리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죠?”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사람들의 자율적인 조직’이라는 협동조합의 정의처럼 통영아이쿱은 자발적으로 모여 건강한 먹거리와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