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인도네시아에서 1년간 자문을 하여 준 회사에서 송별 선물로 ‘천개의 섬(Pulau Seribu)’에서 3박4일간의 휴식을 제안 받아 섬으로 가게 되었다. 자카르타에서 보트로 두 시간을 달려 수많은 섬들 속의 작은 섬인 뿔라우 뿌뜨리(Pulau Putri)에 도착하였다. 시원한 숲 그리고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햇빛에 반사되는 그곳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인도네시아 전통 코티지형식의 단독 방갈로가 우리 부부의 숙소였다. 섬을 한 바퀴 천천히 산책하는 것이 아침의 일과였다. 지붕만 갖춘 야외 식당에서 한두 명의 무희가 전통 춤과 공연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더 좋았다. 저녁에는 바다로 숨어드는 태양의 모습을 바라보고 저녁에는 따뜻한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청정바다 그리고 풍성한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반바지 차림으로 산책을 하는 것과 바다 환경을 즐기는 것이 그곳의 즐거움이었다. 그 섬에 다시 가고 싶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의 최남단 키웨스트(Key west)를 찾아 나선 것은 작은 섬들을 연결한 도로 241km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집과 소설 ‘바다와 노인’ 의 배경을 보고 싶었다. 마이애미에서 렌트카로 바다 위를 달려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키웨스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국의 최남단 표지석 앞에서 인증 샷을 찍었다. 인구 약 3만 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그러나 미국의 어떤 휴양지 못지않게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1938년 바다를 가로지르는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wy)’가 완공됨으로써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하여 과감한 투자를 한 사례이다. 헤밍웨이가 1931년부터 10년간 살았던 집은 지금도 보존되어 있고 그와 관련된 책상과 책장들을 비롯한 집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소설을 구상하고 작품을 쓴 작가를 생각하기에 충분하였다.

통영은 지난 15년 동안 ‘바다의 땅’을 지역 발전의 화두로 삼아왔다. 통영은 한려수도의 중심에 위치하며 570개의 섬을 가진 섬의 도시이고 해면이 육지보다 2.7배 넓다. 역사적으로는 경상도, 전라도 그리고 충청도를 아우르는 삼도수군통제영의 위치이며, 또한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이순신장군의 한산대첩의 바다를 갖고 있다. 굴, 멍게, 멸치, 장어 등의 어족 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기도 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U자 형의 해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앙이 통영이다. 우리보다 후진국인 인도네시아의 천개의 섬과 선진국인 미국의 키웨스트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섬 진흥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2027년에는 KTX가 통영에 오고 2026년에는 새로운 통영의 장기발전이 시작될 것이다. 폐조선소를 이용한 도시재생사업이 이미 시작되었다. 통영은 서해안과 동해안을 아우르고 섬에서 출발하여 바다와 육지와의 공존을 꿈꾼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꾸는 한국의 섬, 걸쭉한 예술인을 키워 낸 바다의 땅 통영, 세계와 소통하는 한국의 섬 그리고 우리나라 모든 섬들을 연계한 새로운 섬의 정체성을 정립할 ‘국립한국섬진흥원’이 설치될 지역으로 통영만한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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