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한달살이 체험 양주연 씨

‘공짜로 통영에서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고?’

여행을 좋아하는 양주연 씨(31)는 통영에서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을 보고 눈이 번쩍 띄었다. 마침 회사를 퇴사해 한 달 동안 쉬고 있던 주연 씨는 이 황금 같은 휴식기에 여행할 곳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경남형 체류 프로그램은 산청, 하동, 통영에서 진행하고 있었고, 주연 씨는 통영이란 도시와 소목이란 프로그램이 매력적이어서 신청하게 됐다.

“통영은 전에 두 번쯤 여행했는데, 올 때마다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서울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멀게 느껴지는 동네가 남해와 통영 아닐까 싶어요. 기차, 비행기도 없고 오로지 버스를 4시간 타고 가야 하니까요.”

친구와 함께 통영 5박6일 체험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주연 씨는 새롭게 만날 통영에 대한 기대로 들떴다. 스쳐가듯 하는 여행보다 통영에 발을 담그고 멈춰 서면, 또 다른 통영이 펼쳐질 터였다. 직업을 가질 만큼은 아니지만,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소목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었다.

‘어디 묵을까?’

통영에서는 5~6군데의 숙소를 제시하면서 하루 5만원의 숙박지원비를 제공했다. 주연 씨가 선택한 곳은 매일 테라생맥주를 웰컴드링크로 제공해 주는 동호동 미륵미륵호스텔이었다.

“외국 호스텔 느낌으로 라운지며 화장실이며 엄청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서 5박하는 동안 전혀 불편함이 없었어요.”

‘식도락 술꾼 처자’를 자처하는 주연 씨에게는 맞춤한 숙소였다. 주연 씨는 절약한 숙박비를 모두 먹는 데 쏟아부었다. 특히 각종 해산물이 종류대로 나오는 통영다찌가 최고였다고.

“서울에서 미리 음식 리스트를 적어서 준비해왔지요. 매일 목수님의 수업 3시간을 듣고 리스트에 적어놓은 데를 찾아다니며 먹방여행을 했어요.”

숙소에서 걸어 나가면 바로 항구가 있고, 조금만 나가면 아름다운 해변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풍요로운 자연의 선물을 받고 있는 것인지 통영 사람들은 알까. 빌딩숲 사이 조그만 가로수에서 그나마 자연을 볼 수 있는 서울 사람의 눈에 통영은 축복받은 땅으로 보였다고 한다.

“통영을 동양의 나폴리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나폴리보다 통영이 훨씬 멋지던데요. 나폴리는 너무 대도시 같은 느낌이었어요.”

주연 씨는 10년째 영상 PD로 일하고 있다. 대학 전공은 아동학과지만, 학교 방송국 동아리로 시작한 영상 일이 직업이 됐다. 여행 영상을 주로 찍는 직업상, 주연 씨는 15개국 26개 도시를 여행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교환학생으로 6개월 동안 머물며 여행했기 때문에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제 생각에는 통영이 나폴리보다는 바르셀로나 같아요. 항구가 가까이 있고 여유롭고 해산물 음식이 많은 소도시거든요. 통영은 아기자기한 도시 모습이 특히 매력적이죠. 통영은 정말 살고 싶은 도시예요. 살라고 해도 몇 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연 씨의 마음을 빼앗은 건 통영의 바다나 해산물만이 아니었다. 스쳐가는 여행이 아닌 만큼 주연 씨는 통영 사람들과 직접 부딪치며 사람들을 사귀었다.

“제일 먼저 사귄 분은 당연히 강동석 목수님이죠. 하루에 3시간가량 목수님의 공방에 찾아가 목공 체험을 했으니까요. 또 목수님의 소개로 강구앙트렁크라는 작은 동네 바를 가게 됐는데, 사장님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도 불러주시고 통영 자랑도 해주셨지요. ‘통영 사람은 다 예술적인 DNA를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었어요.”

충렬사, 당포성지, 이순신공원 같은 통영의 명소도 들렀다.

“지금은 거의 프리랜서처럼 일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통영에서의 짧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요즘 여행의 트랜드가 국내 소도시를 발견해 머물며 하는 여행이거든요. 기획에도 도움이 됐고, 실제로 살아보니 어떤 느낌인지도 알게 됐고….”

주연 씨가 하고 있는 여행 관련 계정 인스타는 팔로워가 4천여 명이다. 주연 씨는 인스타에 당시의 사진들을 올리며 다시 한 번 통영을 기억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좀더 오래 통영에 머물면서 영상작품을 만들고 싶은 꿈을 꾼다.

강동석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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