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아버님과 어머님은 대머리가 아니었다. 머리숱이 많았고 까만 머리를 유지하였기에 내가 대머리가 된다든지 탈모가 심하게 일어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세월이 나에게도 흘러 육십 살이 넘고부터는 이마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았다. 훤한 이마가 좋아 보인다고 억지를 부리며, 나의 나이에 이 정도의 머리 모습은 세월이 잘 흘렀음을 증명하여 주는 것이라고 정당화 시키지만 그래도 머리를 감고 거울 앞에 서면 조금씩 머리카락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자가 새해 보도용 나의 인물사진을 찍었다. 야외 벤치에 폼 잡고 앉아서 여러 컷의 사진을 찍어 하나씩 챙겨 보았지만 역시 이마가 문제였다. 그리고 머리숱도 작아서 어색하기까지 하였다. 결국 2021년 언론사에 보내는 인물사진을 교체하지 못하였다. 친구들과의 운동, 송년과 새해맞이 식사를 하면서 머리 숱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애써 못들은 척하였다. 그러나 나를 생각하여 주는 친구는 앞머리가 적은 것 빼고는 다 좋다고 하여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미용사의 피부과나 케어를 받는 곳에 가보라는 권유가 나를 결국 움직이게 하였다. 친구로부터 나의 앞 머리숱이 적은데 대한 구박도 받았지만 혹시나 대머리가 되면 모양이 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컴퓨터로 통영지역의 ‘탈모’를 검색하여 머리 탈모를 방지하거나 케어 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전화 상담을 하고 들어선 곳은 외형으로 보기에는 일반 미용실처럼 보였다. 원장님은 나의 머리카락 그리고 머리 밑의 피부를 확대하여 내 앞에 보여 주었다. 문제점이 나의 눈에도 나타났다. 이곳에서 케어를 받아서 머리를 나게 하든지 현재 상태가 유지되게 하든지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머리 케어라는 것을 받았다. 머리를 깨끗하게 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되었다. 눈을 감았다. 온갖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의 외형을 지켜주는 중요한 머리카락인데도 무관심 또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지내왔다. 친구의 구박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대한 학대였다. 몸이 아픈 것만 아픈 것인가? 머리카락이 하나씩 줄어드는 것도 아픈 것인데, 그동안 나는 유독하게 몸이 아픈 것에 머리카락이 줄어드는 것을 넣지 않은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와 당부가 있었지만 결국 청결히 하고 머리카락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저녁과 아침에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드라이기도 급히 구입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시원한 바람을 이용하여 머리를 말렸다. 케어를 해주는 원장님은 ‘아이들이 조금씩 올라온다.’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느낌이 없다. 그러나 머리가 상쾌하다. 나의 소중한 신체의 일부로 머리카락이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부모로부터 받은 몸은 소중하다. 몸 구석구석 어느 곳이든 평생을 챙겨 가야할 것이다. 당연히 나에게 평생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 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아픔이 나타나고 나에게 이별을 고하는 부분도 발생하게 된다. 주신 몸을 평생 관리하고 잘 챙겨야 한다는 평범함에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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