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제2만세운동 김기정 징토사건 주동 공로로 애족장 추서

포상은 외손녀가 대신 받았다.

故김상훈(金相壎)지사가 독립유공자 포상(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故 김상훈 지사는 1927년 5월 당시 경남 통영군에서 조선인 보통교육 반대 등을 주창한 도평의원 김기정을 성토하는 시위에 참여하여 김기정의 고소로 체포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김기정의 집을 공격하다 체포되어 징역 10개월을 받았다.

통영시는 독립유공자 후손찾기 사업을 통해 지난 16일의 故김상훈 지사의 유족을 찾아 독립유공자 포상을 전수하였다.

현재 통영에는 故김상훈 지사의 막내아들(76세)이 살고 있다. 그는 “형제가 2남3녀인데, 형님, 누님들도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남아 아버지의 명예를 보게 됐다.”면서, “막내인데다 이사를 많이 다녀 아버님의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2의 독립만세운동으로 불리는 1927년의 김기정 징토사건은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통영만의 특별한 항일운동이다. 당시 故김상훈 지사의 나이는 30세였다.

김기정 징토사건의 발단은 도의회 평의원이었던 김기정의 망언에서 시작됐다. 김기정이 경상남도 평의회에서 “조선 사람은 보통학교만 나오면 사상이 악화되어 3.1 독립운동 같은 불량한 짓을 일삼으니 보통교육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이에 한술 더 떠서 “도 평의회에서도 조선어 통역을 없애자.”면서 “황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도 평의원 자격이 있는가?”라는 말까지 했다. 일본인 도평의원조차 보통학교를 증설해야 한다는 판에 있을 수 없는 매국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량동의 열혈청년 김원석(당시 24세)은 ‘매족상습범 김기정을 징토하노라’는 유인물을 만들어 3월 15일 아침 통영 시내에 살포했다. 그러고는 그날 저녁 김기정의 집을 찾아가 “통영 군민에게 사죄하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마침 그 집에는 순사출신 허기엽이 와 있다가 김기정의 편을 들었다. 이런 말들이 조곤조곤 오갔을 리는 없다.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감정적으로 고성이 오갔을 것이고, 주먹다짐도 있었을 터다. 결과적으로 허기엽은 김원석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고소했고, 김원석은 이틀 뒤인 17일에 구속됐다.

그날 밤 조일정 불교포교당에서는 70여 명의 청년들이 모여 김원석의 성토문이 진짜인지를 조사하기 위한 ‘김기정 대 김원석 광고진상조사회’를 조직했다. 조직위원들은 진상조사위원 5명을 선정해 경남 각 군에 있는 도평의원에게 파견해 진상을 조사했고, 그 결과를 알리는 ‘김기정 사건 보고대회’를 3월 25일 봉래극장에서 열었다.

1927년 경남도평의원 김기정 규탄시위 관련 사진들(출처 : 통영문화원)

이날의 사건을 기록한 3월 31일자 동아일보는 “...장시간의 세밀한 조사보고가 있은 바, 김원석이 산포한 징토문이 사실과 조금도 틀림없을 뿐 아니라, 작년 도평의회 석상에서 김기정의 제안에 대한 속기록을 등사하여 낭독한 바가 있어, 600여 명의 청중은 격분에 넘치어 회의장은 일시에 흥분된 공기가 긴장되어 3시20분경 폐회하였다더라.”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김기정은 오히려 이들 진상조사위원들을 고소했고 주동자 간부 12명이 구속됐다.

두 달 동안 통영은 들끓었다. 급기야 통영읍민들은 5월 13일 경찰서 앞으로 몰려가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오후에는 3천여 명이 김기정의 집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사천과 마산, 부산의 경찰서까지 지원을 나온 가운데 210여명이 구속, 수감됐다. 이들의 법정투쟁은 다음해 12월까지도 계속됐다. 그리고 이들 중 33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에 서훈받은 김상훈 지사도 김기정의 고소로 체포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김기정의 집을 공격하다 체포되어 징역 10개월을 받았다. 황덕윤, 황봉석이 1년 6개월, 김동근이 1년이었고, 그 다음으로 김상훈 지사는 박태규, 이태원, 주경문과 함께 10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을 촉발시킨 김원석은 징역 8개월과 벌금 30원을 선고받고 만기복역 후 2달 만인 1928년 8월에 사망했다. 지금처럼 수감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징역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故김상훈 지사의 전수식에서 “지난 12월에 이어 또다시 유족을 찾아 포상을 전수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독립유공자 발굴사업에 시에서도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이 날 전수식에는 강석주 통영시장을 비롯해 강석두 경남서부보훈지청장과 정기민 광복회경상남도지부서부연합지회장이 참석하여 의미를 더했다.

지난 2019년 ‘통영의 항일독립운동 학술세미나’에서 박철규 교수는 “김기정 징토사건은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지역 단위의 사회운동이자 항일운동”이라며, “이 사건은 통영을 넘어 전국으로, 해외로까지 알려져 내선일체에 대한 허구를 공격하고 부일협력자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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