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을 에는 눈빛이
연두빛 물소리를 내는 날이면
둥근 몸 하나로 만든 그 숲 안에
새벽의 레몬그라스 정령으로
아, 너의 리듬은 유려하구나
열렬하게 햇살 번진 하늘에
모은 가지 끝 바라볼수록
긴 여름 뜨겁기만 하던
끈적이던 언어로 엉켜 붙던 때는 지나고
속살거리며 몸 씻던 나무 한 그루가
잔잎 벌여 정연하게 만들었던 숲
그 길을 지나 돌아가는 얼굴들을
문득 불러 세우는 너는 작은 겨울이지만
이미 소생하는 품에서
누구를 품어 보냈는지
영혼이 간지럽히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나는 길고 큰 숨을 이곳에서
마음대로 내었다가 들이 쉬겠네
비릿하게 얼굴을 감싸버린 봄인가 보다
* 율마 : 윌마라는 이름이 유통과정에서 율마라고 변한 것을 알고 조금은 어색해졌지만, 묘목이라도 월동을 잘 하는 나무이다. 달콤하고 상큼한 레몬향이 아주 강하여 손바닥으로 감싼 뒤 향을 맡으면 기분전환이 되며, 썰렁한 겨울에도 꽃집 앞을 든든하게 지키는 상록수이다. 율마를 좋아하는 조카 진성의 부탁으로 한번 써 보았다.
정소란(시인)
통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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